몇 해 전, 강원도 속초에 있는 한 휴양시설로 여름휴가를 갔습니다. 비교적 깔끔하고 조용한 곳이었는데, 세 부부가 방 2개를 빌려 남녀가 나누어 사용했지요. 설악산과 흔들바위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조망이 좋고 바닷가와도 가까웠습니다. 밤에는 야외에서 생맥주를 마시며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고, 노래방과 사우나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요. 지하에는 사우나와 연결된 수영장도 있었습니다.
“우리, 수영장에 갑시다. 깨끗하고 넓은데, 시설도 최곱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새벽같이 일찍 사우나에 갔다가 수영장이 있다는 걸 알고 돌아보고 온 듯했습니다.
“수영복 가져왔나요?”
일행 중 나이가 제일 많은 분이 물었지만, 모두 머리를 가로저었지요.
“그럼 수영복 하나씩 사 들고 가면 되잖아요?”
“………….”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않자 그는 못내 아쉬운 듯 30분만 다녀올 테니 우리에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간 지 10분도 채 안 돼 그가 헐레벌떡 뛰어들어 왔습니다.
‘무슨 일이지?...’
그가 밝힌 전후 사정이 이러합니다. 시원한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수영복이 없어서 그가 생각해낸 것이 수건 두르기였지요. 수건 석 장을 허리에 두르고 수영장에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잠시 뒤 벌어졌습니다. 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물을 가르며 여유 있게 수영을 즐긴 지 얼마 안 됐을 때, 별안간 한쪽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러 명의 여성이 한꺼번에 몰려온 겁니다.
그 수영장은 남녀 공용이었고, 공교롭게도 수영장이 여성 사우나와도 연결돼 있었던 것이지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그는 당황했고, 오로지 빨리 수영장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허리에 둘렀던 수건이 그만 훌렁 벗겨지고 만 것이지요. 한 손으로 잡고 있던 수건을 자신도 모르게 놓아 버린 겁니다. 일순간 비명이 진동하면서 수영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니 ‘안 봐도 비디오’라고 상상이 가고도 남을 일이었지요.
혼비백산(魂飛魄散), 정신없이 돌아온 그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우리 일행은 배꼽을 잡고 때굴때굴 굴렀습니다. 그런데 아침을 먹으러 순두부집에 간 우리는 다시 한 번 눈물이 나도록 웃어야 했지요. 그 식당에 수영장 사건(?)의 목격자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우리 일행인 사건 당사자의 부인이었던 것입니다.
“나, 참! 세상에 별일을 다 봤네, 글쎄 아침에 수영장엘 갔는데 웬 미친놈이 수건을 두르고 수영을 하다가 수건이 벗겨진 거야, 순식간에 생난리가 났고 그 미친놈 때문에 물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세상에 살다 살다 별 미친놈을 다 봤어.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안 나오네!”
이 사건은 같은 방을 썼던 남자들만의 비밀로 하고 국가기밀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식당에서 잔뜩 흉을 본 그 분은 그날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자기 남편이라는 것을 몰랐으니까요. 사실전모를 알게 되면 아마 기절초풍할 일,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겁니다. 그 후, 우리는 사모님께 사건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겁박(?)해 그에게 두 차례나 거하게 밥을 얻어먹었지요.
40도 가까운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불볕더위를 피해 그 곳엘 달려가고 싶습니다만, 지금도 그 날의 사건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그저 웃음이 저절로 나와 실실거리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