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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라망카 Oct 04. 2022

미국 유학 가기 한 달 전인데 남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2021년 4월 부족한 돈으로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8월 출국을 앞두고 불안함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다. 과외, 영어 강사, 필라테스 강사로 쓰리잡을 뛰고 있었는데 대학교 때부터 알던 오빠가 10년 만에 연락이 와서는 나에게 영어 회화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8월에 곧 출국이라 과외를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3개월만 해보고 싶다 했다. 그리고는 대뜸 하는 말이

"너한테 배우면 쪽팔려서라도 영어 공부하겠지"


한 푼이라도 벌어 볼 생각에 바로 오케이를 외치고 커리큘럼을 이메일로 보내줬다.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준비했던 영어 회화 자료들이었다. 자료를 보더니 좋다며 줌으로 수업을 하자 했다. 나는 창원에 있었고 그 오빠는 부산에 있었다. 줌이면 시간 잡기도 자유롭고 굳이 부산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나도 좋았다. 더욱이 그 당시에는 주말까지 과외가 풀로 차있어서 줌이 아니면 달리 수업을 할 방도가 없었다.


50분 수업이었는데 수업 이후에는 다른 이야기로 수다를 떠느라 1-2시간은 더 이야기를 했다. 그때 당시 내가 금전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때였는데 오빠가 어느 날 주식 이야기를 꺼내면서 서로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나는 쪼랩이라 주식에 대한 전반적인 걸 물어봤고 오빠도 마침 수익을 내고 있던 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갑자기 확 친해지게 되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유학에 대한 고충도 많았는데 주변에서 유학을 갔다 오거나 가는 사람도 없었고 부모님도 내 유학을 반대하던 터라 정말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혼자 끙끙대고 잠 못 자던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오빠에게 조금씩 털어놓았고 수업 50분 하고 수다를 2시간 떤 날이면 피곤했지만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6월 말에 오빠가 나에게 만나보고 싶다고 고백을 했다.

"저 한 달 후에 유학 가는데요?"


오빠는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출국하기 전에 3-4번 데이트나 하다가 가라고 했다. 싫다고 했더니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다리겠다는 말도 돌려서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뭐 대단하다고 포기를 않겠다고 말하는지. 이 오빠가 그때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30대 후반(오빠)에 곧 유학 가는 여자에게 고백하는 남자라...'


항상 진지한 연애만 해왔던 나는 이번에는 좀 가볍게 생각해도 되려나 싶어 그럴게요 하며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래 뭐, 데이트나 몇 번 해보지 뭐...'


그렇게 한 달 좀 넘게 창원과 부산을 오가며 데이트를 하다가 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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