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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라망카 Oct 04. 2022

미국 유학 간 여자 친구 기다리는 37세 남자

오빠는 여자 친구에게 꽤 충성스러운 사람이었다. 미국과 한국 사이의 장거리 연애였지만 오빠는 나한테 최선을 다했다. 


필요한 물품을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서 결제하여 내가 있는 미국 아파트로 보내주었다. 청소기, 전기밥솥, 운동화를 보내주었고 한국 음식은 다달이 보내주었다. 


나 혼자 공부해야 할 때는 줌을 연결하여 같이 공부를 하였다. 물론 나는 밤이었고 오빠는 낮이었다. 나는 공부를 했지만 오빠는 유튜브를 봤다. 오빠는 책상에서 이것저것을 하며 피곤한 얼굴을 하고 줌 화면 앞에 몇 시간을 나와 같이 앉아 있었다. (덕분에 덜 외로웠다)


하지만 이 남자, 한국으로 돌아오란 소리를 안 한다.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는다. 내가 물어봐도 '네가 결정해'라고 하여 오히려 이 장거리 연애를 방관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미국의 한 교수님이 나에게 박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 비슷한 것을 했고 오빠에게 내가 미국에서 5-6년이 더 걸리는 박사를 해도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그럼 한국에 직장이랑 집을 다 정리하고 미국으로 들어오겠다고 했다. 


미국에 도착한 지 5개월 정도 되었을 때 도저히 미국에서는 못살겠다 싶었던 나는 오빠에게 1년 안에 미국 석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내 귀국에 대해서는 방관하는 오빠 덕에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정한 것은 오로지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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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이 100% 확고해진 후 오빠에게 왜 나한테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오빠는 내 앞길을 막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란 말이 입 안에서 맴돌 때도 그저 꾹 참았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결정을 내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오빠가 먼저 꺼냈지만 나도 결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년 사이 오빠의 나이가 38세가 되었고 결혼을 하고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오랜만에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전화하여 결혼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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