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부터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을 했던 터라 부모님이 도대체 어떤 놈인지 많이 궁금해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거라며 미국 유학까지 갔던 딸이 한국 들어오자마자 결혼을 하겠다고 하다니.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부모님께 남자 친구를 소개했다. 이렇게 정식으로 소개하는 건 나도 처음이라 사실 좀 긴장이 되었지만 영업일을 오래 해온 오빠의 말솜씨 + 푸근한 인상 덕에 한 번에 합격이었다. 그다음은 내가 오빠 부모님을 만나 뵈었다. 나는 말주변이 없어서 그냥 조용히 밥만 먹었다. 그랬더니 내가 마음에 드신다고 했다.
오빠와 사귄 지 1년이 넘었지만 그중 1년은 말 그대로 나는 미국에 있고 오빠는 한국에 있었기에 오빠를 다 안다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가까이 지내보면서 오빠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부모님 댁에서 지내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미국 석사 이후 취업 독촉이라던지 새벽까지 깨어 있는 나에게 일찍 자라고 잔소리를 하신다던지...
동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결혼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지(집안일 등) 오빠가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 살아봐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부모님께 동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분 다 반대하셨는데 뭐 허락을 구하려고 말한 건 아니었기에 오빠 집에 들어가서 살아보면서 오빠에 대해 더 알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대충 짐만 싸서 얼렁뚱땅 오빠 집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