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사를 했으니 기업 면접을 본 지가 10년도 더 되었다. 그러니 이번에 다시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면접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억양이나 표정에서부터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까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예상 질문 리스트를 뽑아 답을 달고 그 답을 달달 외웠지만 예상하지 못한 질문 2가지가 있다.
MBTI가 뭐예요?
그렇다. 면접에서 MBTI를 물어본다. 지독한 I인 나는 I 어쩌고라고 대답했지만 면접관은 내가 E였으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I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소심하고 자기 의견을 제대로 피력 못할 것이라는?)이 들었다. I 어쩌고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저는 일을 잘합니다 혹은 친해지면 말이 많습니다 혹은 차분하게 일은 꼼꼼히 합니다 등과 같은, 나를 어필할 수 있는 말을 덧붙여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또 어떤 면접관들은 아 우리 직원 중에 누가 I 어쩌고인데 똑같다느니, 우리 직원들 다 I인데 비슷하겠네 와 같은, 다 들리는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내심 내가 E 이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결혼은 하셨어요? 자녀계획은? 남편은 몇 살이에요? 남편은 뭐해요?
분명 면접 전에는 이러한 질문이 불법이라고 들었고(신고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설마 물어볼까 싶었는데 내가 들어간 면접 4번 중 4번 다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심지어 남편 몇 살이냐, 자녀 계획은 어떻게 되냐고 더 자세히 물어보기도 했다. 한 번은 내가 결혼했다고 말한 순간부터 좋던 면접 분위기가 험악해져 (내가 미혼인 줄 알았나 보다) '아 얘는 곧 애 낳으러 가겠다' 싶었는지 면접관의 표정이 싹 변하였다. 내가 결혼 한 것이 죄인 것 마냥 억울했다.
결혼한 기혼 여성(애 없는..)이 이렇게 직업 구하기가 힘들어서야 원.. 애 낳겠냐고요....
내가 기혼 여성인 것이 죄인 것 마냥 탈탈 털리고 나왔던 면접들
육아를 하는 것이 죄가 되는 회사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출산율 회복은 불가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