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때문에 나는 먹는 걸 많이 가린다. 완벽하게 가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라면이나 햄버거, 빵은 거의 안 먹고 있었다. 진짜 라면은 언제 끓여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옛날에 먹어봤다(?)..
하지만 요놈의 입덧, 토하진 않지만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아 2주째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그러니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더 심해지기 전에 뭐라도 먹자는 생각에 평소 먹고 싶었지만 참았던 라면, 햄버거, 케이크, 과자, 아이스크림, 야식을 막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속이 울렁거려 그 맛있던 맛들이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하게 한번 라면을 먹으면 그다음부터는 라면을 먹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미친 듯 좋아했던 케이크들도 마찬가지.
하루 중 내가 제일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뭐 먹지?'가 되었다.
안 먹던 면요리(멸치 국수, 쫄면, 라면)도 먹었고 (다 맛이 없었다...)
며칠 전에는 전복죽을 먹었고 (다시 안 먹고 싶어 졌고)
오늘은 초밥을 먹었다. (다시 안 먹고 싶다..)
임산부는 한 가지 음식이 계속 당긴다는데,
한 번 맛본 맛은 다시 먹고 싶지가 않다 이상하게.
내일은 뭘 먹어볼까나...
돌솥비빔밥이 먹고 싶은데 뜨거운 돌솥에 나오는, 어떤 특정한, 내 기억 속에(?) 그 돌솥비빔밥이 먹고 싶다ㅠ 어디서 먹어본 거지? 어디로 가야 먹을 수 있을까.
입덧 때문에 입맛이 전혀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씩 그동안 먹지 못했던 걸 찾아 먹으려고 한다.
한 끼 한 끼 밥 먹는 게 이렇게 곤혹스러운 일이었나 싶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