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매니저 '비비안'
호주 로컬 카페 Shenkin에서 일했던 걸 생각하면 카페 매니저 '비비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비안은 말레이시아에서 20살에 호주로 왔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영어를 거의 자국어만큼 쓰기 때문에 따로 영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였다. 나를 면접 보고 나를 고용하기로 결정한 것도 비비안이었다. 나를 만났을 땐 비비안이 25살 정도 되었었다. 20살 때부터 Shenkin 카페에서 일을 해왔다는 비비안은 프로페셔널한 매니저였다. 카페 손님 응대는 물론, 직원들까지 잘 다루던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한 번은 내가 새로 고용된 베트남 여자 직원과 다툼이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그 친구와 내가 잘 맞지 않는 성향의 사람들이었다. 그 친구는 손도 빠르고 성격도 급한 반면, 나는 손이 느리고 카페에서 일해본 경험이 많이 없어서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해 대응이 빠르지 않았다. 둘이서 주말에 서빙을 하는데 손님들이 몰려와 정신이 하나도 없던 날이 있었다. 주문도, 다 된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도, 커피 주문받아서 가져다주는 것도, 모든 일에 손발이 맞지 않았다. 그때 나는 그 직원에게 '네가 주문서와 다른 커피를 만들었잖아'라고 말했고, 그 베트남 직원은 그 말이 자신을 비난하는 말이었다며 나에게 따졌다. 심지어 그날 저녁에 장문의 문자를 서로에게 보내며 싸우기까지 했다. 그다음 날 그 상황을 파악한 비비안은 나에게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묻더니, 앞으로는 '네가'라고 말하면서 상대를 지칭하지 말고 '커피가' 잘못 만들어졌다는 식으로 사물을 지칭하여 말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나보다 3-4살이나 어린 비비안에게 들었던 그 조언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어쩜 이렇게 어린 친구가 카페의 한 지점을 담당하는 매니저로 일할 수 있으며, 이렇게 어른스럽게 상황에 대처하는지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친구였다. 단골손님 응대도 잘하고 키친에서 일하던 두 명의 친구들도 잘 다루었다. 사람을 대하고 다루는 것에 능숙하지 못한 내가 그때 그녀에게 들었던 조언은 아직까지 머릿속에 정확하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