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살아남기
새로운 미션: 단골고객을 파악하고 소통하라
카페 일이 손에 좀 익으니 매니저는 나에게 단골고객과 잘 소통하라는 미션을 주었다. 이제는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슬프다ㅠㅠ)
카페 문을 열면 매일 첫 손님으로 오던 30대 개발자 아저씨.
항상 개 두 마리를 산책시키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커피를 본인 것 1잔과 와이프 줄 것 1잔 이렇게 두 잔을 사 갔다. 본인 것은 따뜻한 라테였고 와이프를 위해서는 카푸치노를 사 갔다. 그리고 빵이 구워져 있으면 초코 크로와상을 사 갔는데 항상 7시 전에 카페를 들르는 지라 빵이 미처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땐 커피 두 잔만 사갔다. 주말에는 아내와 같이 카페에 들러 점심을 먹고 가기도 했다.
그 개발자 아저씨가 가시면 그다음 손님으로 오시던 은퇴하신 호주 할아버지.
은퇴를 하시고 혼자 사셨는데 한 번씩 아들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항상 라지 사이즈 라테를 주문하셔서 나중에는 할아버지가 오시면 그냥 라테를 가져다 드렸다. 항상 창가에 앉아 창 밖에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시고, 해가 뜨면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오전 중에 한 번씩 오시는 호주 할머니.
딸 둘을 키워내시고 지금은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고 했다. 한 번씩 딸들 자랑을 하셨고, 남편 욕도 하셨다. 이 할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한 번은 그렇게 급하게 한국을 떠나온 것이 마음에 걸려 부모님이 너무 걱정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부모님도 그들의 인생이 있고 너의 것과는 별개다, 헤어짐은 인생의 일부분이다 하며 위로를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심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호주로 간 것이어서 그 할머니가 해주신 말들이 유독 위안이 되었었다. 정말 지금까지도 그 할머니가 해주신 말이 떠오르는 때가 있다.
그리고 조금 나이가 지긋하신 부부가 매주말마다 오셨는데 개 두 마리를 한 마리씩 데리고 들어오셨다. 매니저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 분은 아이가 없으신 딩크 부부라고 했다. 주말에 메뉴 하나씩을 시켜 드시고 그릇을 치우면 커피를 시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얼마나 두 분이서 이야기를 길게 나누시는지 각자 라테를 3잔이나 시킬 정도로 오후 내내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년의 부부가 저렇게 할 말이 많을까?
그 다정한 중년 부부의 모습은 나에게 조금 충격적이었다. 딩크 부부가 저렇게 다정하게 살아갈 수 있구나. 나도 어쩌다 결혼을 한다면 저런 부부의 모습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화로운 곳에서 평화로운 사람들과 있으니 내 마음도 평화로워졌다. 이래서 환경이 중요하다는 건가? 한국이 나빴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선 갑자기 나에게 너무 안 좋은 일들이 몰려왔고 그것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얼굴엔 아토피가 아직도 심했지만 어느 누구도 내 피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이가 없었다. 걱정이나 엄려도 해주지 않았다.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나를 배려하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호주에선 내가 가진 피부병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마음이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