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살아남기
호주에서 다시 일을 구해야 했다.
2주를 푹 쉬면서 다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호주 로컬 카페에서 일한 경험을 이용해서 다른 곳에 이력서도 넣어 볼 수 있으니 그다지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이력서를 넣은 곳들 중 한 곳에서 1시간 정도 일해보는 trial을 하러 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시드니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Balmain이라는 지역에 있는, Shenkin이라는 호주 로컬 카페였다.
Trial 가기 전에 그 카페의 메뉴라도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 메뉴를 검색했다. Shenkin은 시드니 내에 5개 정도 지점이 있었고, 이스라엘에서 이민 온 가족이 운영하고 있었다. 따라서 메뉴는 거의 이스라엘 음식이었는데 재료 같은 것들이 매우 생소했다. 일단 종이에 메뉴를 적으면서 모르는 단어는 구글로 찾아 공부하고 아예 외워버렸다. 그래야 주문을 받을 때 단어라도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절박했다
Trial을 하기 위해 일찍 도착했고 주문을 받는데 신기하게도 정말 단어들이 들렸다. 종이에 메뉴를 적어가며 공부한 종이를 일부러 손에 들고 갔는데 그걸 보고 매니저가 마음에 들어 했다. 영어는 좀 부족하고 바리스타로 일해본 경험은 없지만 가르치면 잘하겠다 싶었는지 나를 채용하겠다고 했다!
호주 사람들은 워낙 아침형 인간이라 카페 운영 시간이 아침 6:30-오후 2:30 였다. 또 외국인이 거의 없는, 호주 사람들만 사는 동네라서 카페 문도 일찍 닫는 것 같았다. 그 당시 나는 카페에서 상당히 먼 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6시 반에 카페 문을 열기 위해서는 5시 40분에는 지하철을 타야 했고 시드니 시티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Balmain지역으로 더 들어가야 했다.
내가 일하게 된 Shenkin Balmain지점은 손님이 많지 않은 곳이라 주말에는 매니저와 함께 홀을 봤지만 주중에는 내내 나 혼자 홀을 봐야 했다. 주방에는 2명의 태국 사람이 일했다. 주문받고 커피 만들고 음식 다져다 주고 테이블 세팅, 치우는 것까지 혼자 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손이 빠르지 않은 나에게는 상당히 긴장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새벽 어둑어둑할 때 지하철을 타고 카페에 도착하면 해가 반쯤 떠서 하늘이 불그스름했다. 그리고 나 말고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그 고요함,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 따뜻한 온기와 퍼져가는 초코 크로와상 냄새(겨울이었다). 새벽에 카페를 여는 일은 고되었지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몇 년 만에 행복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