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살아남기
호주 시드니에 있는 어학원을 두 달 등록하여 다니게 되었다.
거기에는 호주 대학을 준비하는 외국학생들이 많았다. 그때 처음 외국에서 공부하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상상을 했다. 멋있어 보였다. 다들 영어도 곧잘 했다. 나는 그 학생들보다 좀 뒤처졌지만 언제나 그랬듯 열심히 공부했다. 두 달 만에 라이팅 실력이 많이 늘어 기존에 그 어학원을 다니던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책상에 앉아 진지하게 공부를 해본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주말에는 시드니에 있는 도서관에도 가서 공부하고 영어 책도 읽었다. 시드니 도서관에는 시드니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는 대학생들이 많이 왔는데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나도 외국 대학교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버블티를 만드는 대만 티샵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리저리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알바를 많이 해본 경험이 없는 나를 호주에서라고 뽑아줄 리가 없었다. 면접을 보고 떨어지고 또 떨어졌지만 계속 이력서를 넣었다. 인쇄를 해서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직접 찾아가 이력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영어가 문제였다. 영어로 주문도 받을 수 없는 나를 뽑아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계속 일을 못 구하는 것을 본 어학원 친구 조슬린이 자기가 일하는 티샵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티샵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냥 하겠다고 했는데 가보니 대만의 버블티를 파는 곳이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중국, 대만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고 나에게만 영어로 말했지 서로 중국어로 대화를 했다.
시드니 시티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어서 손님들이 항상 티샵 앞에 줄을 서있었다. 버블티 종류는 정말 다양했고 레시피를 외우려고 해도 외울 수가 없었다. 일단 주문받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버블티 종류+ sugar level + 얼음 양 + 현금 계산 거스름돈까지 처리하는 일을 5초 안에 해야 했는데 그렇게 될 리가 없었다. 고객들이 대부분 중국인들이었고 내가 중국인인 줄 알고 다들 중국말로 주문을 하니, 내가 나는 중국사람 아니다 영어로 주문해달라 -> 아 그래? 그럼 그 메뉴가 영어로 뭐였지? 하며 고객들이 메뉴판을 살피면서 10초가 이미 지나갔다.
일주일을 일하고 그만두고 싶었다.
내가 주문만 받으면 길어지는 줄을 보면 마음이 너무 조급해지고 눈치가 보였다. 그렇다고 레시피를 다 외워서 10가지가 넘는 버블티 종류를 다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주문받는 일을 계속해야 했다. 티샵 사장은 내가 주문받다가 밖에 손님들 줄이 너무 길어지면 다른 중국인 아르바이트생으로 대체했고 나는 버블티를 제조해 놓으면 흔들어 섞는 일을 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4-5명 중에 나 혼자 어버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을 넘게 일했는데 내가 버블티를 흔들다가 잘못 건드려 삶아 놓은 타피오카 펄이 담긴 솥을 엎어버렸다.
그 순간 직감했다, 곧 잘릴 것이라는 것을
그날 밤 사장한테 연락이 왔다. 이제 그만 나와도 된다고 했다. 티샵에 일하러 가는 것 자체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던 나는 그 문자가 오히려 고마웠다. 호주에 도착한 지 3개월 만에 첫 직장에서 잘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