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폼나는 '유학생 브이로그'를 찍고 싶었는지도 몰라
유학을 가기 몇 달 전, 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저도 유학생의 브이로그를 많이 봐온지라, 어쩌면 그런 폼나고 멋있어 보이는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고 싶었나 봅니다. 미국인 학생들 사이에 둘러싸여 큰 강의실에서 수업 듣는 모습, 미국인 친구들과 자유롭게 영어로 웃고 떠드는 모습, To-do list를 철저하게 관리하며 멋지게 공부해내는 모습, 뭐 이런 걸 브이로그로 찍어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저의 크나큰 착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찐따도 이런 찐따가 없다
배경은 매일 도서관 아니면 아파트에 있는 스터디룸, 옷은 매일 빨아서 보풀이 가득한 학교 후드티, 화장은 커녕 선크림도 못 바른 민낯, 매일 같이 사자머리를 하고, 미국인 친구들이 가득한 파티 같은 소리... 저는 그냥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는 찐따였네요. 게다가 영어는 또 어찌 그리 못해서, 스타벅스에서도 내가 주문하지도 않은 음료를 받기 일수(다시 달라고 말도 못 함), 미국인 친구가 영어로 말만 걸면 얼어버리고, 하나도 이해 못 하고 1시간 반 동안 멍 때 리던 수업들, 누군가 제 자신을 두고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가를 내기라도 하듯 매일매일 저의 밑바닥을 확인하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습니다.
뭐 하지만, 이 마저도 이리저리 영상을 자르고 붙이고 하니
소위 있어 보이는 유학생 브이로그가 되어 있었습니다.
영화배우 같이 핸썸한 미국 남학생들과 이야기 나눈 적도 없고, dress up 하고 수다스러운 미국 여학생들과 파티를 즐기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공부만 주구 장창하는 현실적인 유학생 브이로그가 되었습니다. 1년 간 20개 정도의 영상을 올렸는데 처음 올렸던 영상에선 수업에 적응하고 따라가느라 정신없는 모습이 역력했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최근 영상으로 갈수록 여유가 생기고 과제도 척척해내는 제가 찍혀 있었습니다.
과제도 하고 영상 편집도 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유학 생활을 영상으로 남겨놓으니 미국에서 보낸 1년이 지나가버린 시간이 아니라 고스란히 살아있는.. 어떤 것인 기분이 듭니다. 한 번씩 제가 제 영상 보며 추억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