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상맞음과 알뜰함의 차이에 대해서

기준이 있다면 醜함이 아닐까.

by 타일러 Durden

1. 경험

내가 군대에서 전역하고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할 때의 이야기이다. 내 전 타임은 점장님이었다. 내가 점장님과 교대를 하고 10분 뒤에 6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아줌마와 할머니 사이 애매한 여성분이 들어오셨다. 전 타임 점장님께서 잔돈을 100원 덜 주셨다고 하셨다. 눈빛을 보면 안다. 이 사람이 진상인지 아닌지. 곱게 내 말을 수긍할 사람인지 아닌지 말이다. 처음엔 친절하게 설명드렸다. '제가 맡았던 결제가 아니고 현재 잔고를 봤을 때 문제가 없어서 지금 당장 돌려드리긴 어렵습니다'. '아니 내가 100원 덜 받은 게 맞다니까? 그거 때문에 내가 집에 갔다가 다시 왔는데. 빨리 줘'라고 답하셨다. 그냥 내 사비로 100원을 드렸다. 나중에 내 시급에서 까거나 그게 그거다. 내가 100원을 드리자 아주머니가 지갑을 꺼내셨다. 근데 동전지갑에 넣으려고 하시다가 내가 드린 100원을 떨어트리셨다. 나는 다른 손님들 계산 때문에 그 100원이 어디로 굴러갔는지는 못 봤다. 그 아줌마가 나에게 100원이 아이스크림 기계 밑으로 굴러들어갔으니 꺼내달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내가 소리만 들었을 때 그쪽 방향이긴 했는데... 일단 빗자루를 꺼내서 아이스크림 기계 밑을 휘저어봤다. 별의별 게 다 나왔다. 장난감, 띠부띠부씰, 아이스크림 쓰레기들이 나왔지만 100원은 나오지 않았다. 밑에를 휘저으니 먼지가 어마무시하게 나와서 이미 아이스크림 기계 주변은 먼지로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아줌마가 나에게서 빗자루를 뺏어가서 자기가 찾겠다고 바닥에 납작 엎드리신 상태로 계속 먼지를 날리셨다. 나는 카운터로 돌아와 다른 손님들을 받았다. 5분 뒤에 나는 그 아주머니를 보고 살짝 소름이 끼쳤다. 눈은 초점을 잃어버렸고 그분이 검은색 옷을 입고 계셨는데 온몸에 먼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 아닌가. 나에게 오셔서 100원을 더 달라고 하셨다. 이 편의점 안 어딘가에 100원이 있는 것은 확실하니까 100원을 더 달라고. 이번에도 내 사비로 100원을 더 드려도 되었지만 먼지로 난장판이 된 아이스크림 기계 주변을 보니 나도 짜증이 나서 안된다고 말씀드렸다. 나에게 막 짜증을 내시고 소리를 지르시면서 그깟 100원 더 주는 게 뭐가 어렵냐고 물으셨다. 내가 되묻고 싶었다. 그깟 100원이 뭐라고 집에 갔다가 다시 오셔서 온몸을 먼지로 뒤덮고 계시는지. 그 아주머니는 씩씩거리면서 나가셨고 나는 생각해 보았다. 알뜰함과 궁상맞음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는데 아버지가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버지는 당구장을 하시는데 평균적으로 22시에서 00시 사이에 퇴근하시고 매우 늦은 저녁을 드신다. 저녁을 드신 다음 새벽 1시 즈음에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 항상 일반쓰레기를 모아놓는 큰 초록생 통 앞에 나타나는 할머니가 계신다고 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할머니라고 하는데 자신의 일반쓰레기를 갖고 나오신다고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버려놓은 일반쓰레기봉투들 중 공간이 남는 것들을 찾아 자신의 쓰레기를 욱여놓고 다시 묶은 다음에 통에 넣는 과정을 반복하신다. 그래도 쓰레기가 남으면 옆에 있는 공용 쓰레기통에 자신의 남은 쓰레기를 버리고 귀가하신다고 한다. 매일 새벽 1시가 되면 그러신다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는 것이 아버지의 말씀이었고 나도 아버지의 말씀에 공감한다.


나의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어머니께서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친하게 지냈던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분의 첫째는 내 누나와 동갑이었다. 매주 그 친구분의 아파트 단지에는 시장이 열렸다. 족발, 야채, 과일, 분식 등등 여러 상인분들이 붐볐다. 그 친구분의 집에 놀러 갔다가 같이 그 시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 친구분이 검은색 봉지를 꺼내더니 시장 상인들이 길바닥에 버린 나물들의 상한 부분들, 꼬다리들과 이파리들을 맨손으로 줍고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본격적으로 열심히 시장 바닥을 헤집고 다니면서 말이다. 어머니는 그 친구분의 표정을 보고 아무 말도 못 하셨다고 하셨다.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고 말씀하셨다. 앞서 말했듯이 그 친구분은 대형 마트를 운영하고 맞벌이여서 형편이 나쁘지 않았다고 하셨다. 아니 형편이 나쁘다고 해도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냥 알뜰한 건가? 기준이 무엇일까.


2. 기준

위의 직접적인 경험과 간접적인 경험들을 통해 나는 알뜰함과 궁상맞음을 나누는 기준을 '추(醜)함'으로 정했다. 그 행동이 추한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적어도 '남들이 표정을 찌푸리지는 않는지'가 아닐까. 사실 글을 쓰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가 참 어렵지만 이런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자신만의 답을 내놓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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