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카페에 갔다. 회사원인 아내는 사내 시험공부를 하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학원 문제집을 풀었다. 나는 태블릿으로 전자책을 읽었다. 옆 테이블에는 남녀 1쌍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책을 읽고 싶었는데, 자리가 너무 가까워 대화 내용이 귀에 쏙 들어왔다.
처음엔 그 둘의 관계가 연인인 듯했으나, 나누는 대화를 조금 들어보니 남사친, 여사친 관계였다. 시골에서 태어나 남중·남고를 졸업하고, 대학교에서도 주로 남자끼리 놀았으며, 남자만 득실거리는 군대도 무난히 제대한 나는, 이성 간에 친구 사이로 지내는 게 신기했다. 한편으로 부러운 마음으로 그들의 대화를 조금 엿들었다.
(남) "00은 부정적인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만나기 껄끄러워."
(여) "진짜?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그래?"
(남) "예를 들면, 운동을 막 끝내고 00하고 통화하면서 내가 헉헉거리며 '방금 운동 마쳤어'라고 말하면, 00은 '너 어차피 그거(운동) 오래 못해'라고 말해. 안 그래도 운동하고 힘든데 그런 말 들으면 기운이 더 빠지는 거지."
(여) "아~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 난 00이 그런 스타일인지 전혀 몰랐네."
(남) "계속 그러니깐 그 친구를 피하게 되더라고."
내 주변에도 타인이 아닌 본인에 대하여 부정적인 단어, 말투, 표정을 자주 표현하는 친구 A가 있다. 콕 집어 정의를 내리긴 어렵지만, 마이너스(-) 또는 어둠의 기운이 넘치는 친구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친구 A도 장점과 단점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문제는 친구 A의 경우 본인의 장점은 들여다보지 않고 단점만 부각해서 스스로를 인식한다는 점이다.
친구 A와 대화를 나누어보면 '내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라며 본인을 자책하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너도 충분히 잘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도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표현을 멈추지 않는다. 부정적인 말이 누적되면 듣는 사람도 맥이 빠진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 기분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와 약간의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다. 본의 아니게 옆테이블 남녀의 대화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공감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사소한 말이라도 부정적인 표현이 쌓이면 의욕이 사라진다.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무의식이 머릿속에 각인된다. 경계해야 한다.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는 말보다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았어’라고 표현이 좋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둡고 힘든 측면이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면, 주어진 상황을 바꿀 수는 없어도 최소한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사소한 말이라도 긍정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 대상이 자신이든 타인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