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녔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100여 군데 회사에 서류를 넣었고, 15~20군데 회사의 서류전형을 통과했으며, 10~15군데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은 보통 자기소개 후 면접관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면접관은 면접자에 대한 정보, 이를테면 출신학교·학점·어학점수·자격증 등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면접이 진행됐다.
아무런 준비 없이 처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준비하지 않은 티가 났다. 우물쭈물하다가 면접장을 나왔고, 예상대로 탈락했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면접 스터디를 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취업 시즌 후반부의 면접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치렀고, 내가 원하는 3군데 회사에 동시에 합격했다. 그중 가장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얼마 전 면접자가 아닌 면접관의 자격으로 면접장에 갔다. 면접장에 발을 딛는 순간, 감회가 새로웠다. 양복을 차려입고 쭈뼛쭈뼛 면접을 보던 내가, 어느새 면접관이 되어 면접자를 평가하다니. 나에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면접관으로서 실전에 돌입해야 했기에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은 잠시 내려놓았다. 면접관이 지켜야 할 말과 행동에 관한 30분짜리 동영상 교육을 들으며 당일에 있을 면접에 충실히 임하고자 마음을 다잡았다.
면접관은 나를 포함해서 총 7명, 면접자는 6~7명씩 1개 조를 이루어 4개 조로 편성되어 있었다. 면접자에 대한 사전 정보는 전혀 없었다. 이름, 나이, 출신학교, 학점, 어학점수, 자격증, 자기소개 내용 등 어느 것도 제공되지 않았다. 면접은 자기소개 시간 없이 진행됐다. 1부에서는 성격·인품·장래성·상식 등을 평가하기 위한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졌다. 2부에서는 회사(또는 소속 업종) 관련 이슈를 무작위로 뽑아 1명당 1분 정도 생각하고 3분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1개 조당 면접 시간은 40~50분 정도 소요되었다.
모든 면접을 마치니 오후 3시가 넘었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내가 면접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질문해 봤다. 정답은 없겠지만 내 나름의 생각은 아래와 같았다.
1) 준비한다.
나는 취업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면접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전혀 아니었다. 준비한 만큼 깔끔하게 답변할 수 있다. 회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회사가 속한 분야·업종의 최근 이슈는 무엇인지, 내가 입사하면 어떤 업무를 맡을 수 있는지 등을 반드시 미리 찾아보고 고민하고 연구한다.
2) 자신감을 가진다. (=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렵다)
상식에 관한 질문, 회사 이슈에 대한 발표는 상당히 어려웠다. 발표 주제를 읽고 반쯤 포기한 면접자도 있었다. 반면, 잘 모르고 틀린 내용도 있지만 최대한 자신감 있게 말을 이어간 면접자도 있었다. 후자가 상대적으로 좋은 인상을 남기고 합격 확률은 올라간다.
3) 부드럽게 말하고 행동한다.
블라인드 면접이라면 면접관은 면접자에 대한 정보 없이 오로지 면접장에서의 인상과 언행으로 평가하고 판단한다. 판단기준은 면접자가 가진 지식보다 조직에 잘 융화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의 바른 모습, 긍정적인 언어, 공손한 행동은 사회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다음에 또 면접관으로 갈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참여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내 앞에 앉은 사람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자리에 왔기에 면접자를 마음으로 존중하며, 동시에 성심성의껏 면접에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자문자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