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발표로 2022년 대학 입시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물론 추가합격, 추가 모집 등이 남아 있어 3월 2일까지 바쁘긴 하다. 특히 올해는 문과 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첫해이고, 약대 등의 확대 개설로 학생 이동이 유난히 많은 해이다. 학교 선택, 전공 선택에 고민이 많을 시기이거니와 요즘 대학 변화에 대해 잘 모르는 부모님들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자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학이 말하는 복수전공, 다전공, 부전공 등 다양한 형태의 다중 전공(이하 복수 전공으로 통일하여 사용함)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물론 모든 대학이 복수전공을 허용하고 있다. 단 교육대학, 의과대학 등과 같은 특수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학이 복수전공을 허용하고 있으며 학생의 노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허상이다. 지방소재 대학, 서울 소재 대학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근본 문제점은 같다.
복수전공은 왜 하려 하는가? ‘본인 전공 이외에 다양한 지식을 함양함으로써 융합 시대에 진정한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서 한다’는 것은 교과서에 나올 법한 주장이다. 대다수 학생은 자신의 전공이 취업에 어려움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이를 보완하기 위한 선택으로 취업 기획 확대 차원으로 복수전공을 선택한다. 그렇다고 취업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도 아닌데 심리적 불안 등에 기인한 보험가입 심리와 같다. 그러면 복수전공 대상이 되는 전공은 어떠한가? 융합적 인재 양성을 위한 복수전공 선택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전공 선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과는 잘 모르겠지만 문과의 경우 경영, 언론, 광고, 통계, 심리 등이 인기 있는 복수전공이라 할 수 있다. 복수전공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학과 전공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해당 학과 처지에서 보면 복수전공 학생이 많으니 과목을 추가로 개설하거나 과목당 수강인원을 늘려야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과목 수강인원을 늘리면 적정 수강인원을 넘어서게 되고 이에 따른 교육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나 요즘 대학생들은 교수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강의형 수업보다는 상호 작용 형태의 수업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보다 많은 피드백과 학생 참여가 이루어지는 강의 형태를 더 선호한다(이 부분이 부모세대와 가장 다른 대학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강인원이 많은 강의는 개별 상담 또는 피드백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일방적 강의 형태 수업으로 될 가능성이 크므로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복수전공자로 인해 전공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해당 학과 학생들은 생각한다. 그러면 강좌 수를 늘리는 것은 가능한가? 대학교수를 늘리는 것은 더 어렵다. 학교가 판단하는 교수 충원의 기준은 재학생 기준이다. 대학을 평가하는 교육부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재학생 기준을 근거로 하는 교수 충원에는 복수전공자 수는 해당하지 않는다. 강사 채용도 강사법 시행 이후 오히려 어려워졌다. 재정이 약한 지방 사립대의 경우 강사채용을 통한 강좌 추가 개설은 더 요원하다. 그렇다고 재정적자를 감내하고 교수 또는 강사를 늘리는 학교는 단언컨대 대한민국에는 없다.
수강신청 전쟁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수강신청하는 날 PC방 대기는 물론 가족까지 동원했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각 대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고자 수강신청 바구니 같은 제도도 만들고 있지만, 전공 해당 학년 재학생, 전공 재학생, 비전공학생 순으로 수강신청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로 인하여 복수전공을 하는 학생은 전공과목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필수 과목 이수 어려움으로 인해 초과학기를 많게는 2학기를 더하게 된다. 그나마 추가 수강신청을 쉽게 받아주는 전공 교수가 있다면 조금 수월해질 수 있지만, 매번 과목 신청을 할 때마다 자신의 노력과 애틋함을 해당 과목 교수에게 메일 보내고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것이다.
일부 지방 사립대에서는 진정한 융합인재를 길러내기 위하여 혁신적인 제안을 연구하고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단과대학 자체를 없애 전공 벽을 조금이라도 허물어 복수전공 선택의 자유로움을 주고자 하는 대학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수도권대학보다는 지방대학 노력을 좀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이 복수전공 선택과 성과를 개인 문제로만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 생각한다. 제도 자체가 4년 8학기 만에 졸업하는 것이 구조적 불가능에 가까운데 개인 문제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복수전공은 대학 매출전략이라 할 수 있다.
복수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도 변해야 한다. 어찌 세상이 이리되어 대학생 취업의 모든 책임을 대학이 쥐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복수전공이 나의 취업을 도울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해당 분야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보이는 것이다. 그 방법이 전공 학점 취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취업을 위한 복수전공이 아닌 지적 욕구 충족을 위한 복수전공이 되어야 한다. 세상은 취업 도전자를 전공만 판단하지 않는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 능력을 측정하고 평가한다.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기록하고 보일 수 있도록 하자.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대학을 선택하고 학과를 선택하는 것에 복수전공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복수전공이 아닌 지적 호기심에 기초한 타전공 수업(이렇게 이수한 수업은 대부분 교양학점으로 이수 된다) 청강수업, 또는 초과 학점 수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억울하지만, 취업에 인기 없을 것이라 평가받는 전공에 대한 복수전공은 언제나 환영이다. 오히려 이러한 이력이 남들보다 더 독특하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취업을 위하여 대학을 다니는 것이 아닌 大學(대학)처럼 큰 학문적 성과를 추구했으면 한다. 인류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 그리고 교육당국과 대학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과 재정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