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점화에 대한 생각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나서
장예모 감독이 총지휘와 기획을 했다고 하길래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제 적 장예모야 너무 한 사람한테만 의지하는 것 아냐? 그렇게 기획자가 없나?’ 그러면서 한편으로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을 생각하며 ‘얼마나 많은 인원을 동원할까? 이번에는 무엇을 보여줄까?’라는 호기심도 있었다.
행사는 눈 결정체 또는 눈꽃송이를 활용하여 올림픽 정신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표현하고 더불어 페어플레이, 세계 평화, 비정치화 등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의도가 그랬다는 것이지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다.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미디어아트 방식을 활용하였는데 과거와 다른 것은 사람의 움직임과 일치된 미디어아트를 보여줬는데 일치된 연출이 사전에 약속된 치밀한 각본이 아니고 사람의 움직임을 AI가 파악하여 미디어아트를 수정하였다는 것이다. 올림픽 주경기장 전체에 그 많은 참여자 움직임을 따라 미디어아트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일치된 느낌을 준 것은 분명히 기술적 진보이다.
AI가 사람의 움직임을 읽고 분석하여 영상을 사람에 맞춘다고? 그럼, 사람은 전문적인 배우가 아니어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예모 감독이 이번 개막식에는 전문 배우도 없고, 전문 가수도 없으며 전문 댄서도 없다고 하였다. 그 자리를 어린이들과 비전문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라 했다. 개막식을 보고 나니 이제 이해된다.
2008년에 비해 대외적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 코로나라는 펜데믹 상황도 있어서 그러려니 할 수 있게다 싶지만,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1000만 도시를 하루아침에 봉쇄할 수 있는 나라 아닌가? 애초에 코로나와 같은 어려움은 애초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장예모 감독은 2008년에 중국의 위대함을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 이후 10년이 지난 중국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기획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이거다. 자신의 기획한 행사를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송승환 감독도 대단한 기획자라 생각된다.
아무튼, 장예모 감독은 2008년과 다른 모습을 찾으려 했고 그 컨셉을 ‘아마추어’, 그리고 ‘일반화(normal)’로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어린이와 비전문가를 출연시킴으로써 그 컨셉을 유지하였고 올림픽 기본 정신인 아마추어의 비 자본주의를 보여주고자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선수의 기량이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프로의 세계가 아닌 선수 열정만이 지배하는 비자본주의적 올림픽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성화 점화식은 컨셉이 일관되게 적용된 결과였지만 나에게는 대단한 충격이었다. 2008년에 보지 못한 화려함, 웅장함, 하이테크닉 기술력 등이 보여 줄 거라 기대하였다. 또한, 성화는 얼마나 크게 만들었는지 내심 기대도 하였다.
그런데 최종 성화 주자의 성화봉이 최종 성화라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중국이 돈이 없는 나라인가? 규제로 무엇을 못 하는 나라인가? 그런데 올림픽 사상 가장 작은 성화를 만들어 냈고 화려한 기술 없이 최종 성화 주자가 정해진 곳에 성화봉을 꽂는 것으로 끝났다.
창의성은 창조성과 다르다.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것인데 창조성은 대체로 그 결과물이 매우 뛰어나 동시대 사람들이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창의성은 공감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뛰어난 창의성일수록 공감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뜻이고 공감은 찰나의 순간에 바로 이해됨이 동시에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성화 점화식이 그러했다. 어떤 사람들은 밋밋하고 평범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전 세계인이 성화 점화식을 본 그 순간 성화 점화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작은 성화는 환경에 대해 메시지를 주고, 거대한 자본에 의한 올림픽이 아닌 순수한 올림픽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도 던져주지만, 중국의 여유로움과 자부심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엄청나게 큰 성화와 화려한 테크닉을 통해 중국이 이렇게 발전했다고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만약에 이번에도 그렇게 했더라면 아직도 중국은 기술 발전 중심의 개발도상국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을 화려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세상에 대해 부러움, 종속의 개념에서 세상은 발전하는 주인이고 나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 종의 개념 아닌가. 그런데 이번 성화는 가장 작은 성화를 보여줌으로써 ‘이것으로 충분해’, ‘앞으로 이런 성화를 해야 돼’ 라고 전 세계인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공감되고 매우 창의적인 생각이라 평가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너무 평범하고 볼 것이 없었다고 평가하지만, 콜럼버스가 달걀을 세울 때 어떠했는가? 그가 삶은 달걀을 세우고 나서 평가하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라. 그리고 지난 수십년 동안 기억나는 성화 점화식이 있는지 기억해 보라.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2022 베이징 올림픽 개막에 보여준 성화 점화식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화제가 될 거라 생각된다. 좁쌀(샤오미 Xiaomi, 小米)에 한자를 천자문을 적어 넣은 것처럼 중국다운 성화 점화식이라 평가한다. 힘 많이 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골프 하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리고 송승환 감독 평가에 동의한다. 일본은 늙어가고 중국은 젊어지고 있다. 일본 하계 올림픽과 참 많이 비교되는 개막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