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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바 Mar 29. 2024

귀를 기울이며

타인과 소통하기까지 대화는 어렵고 너무 큰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표정과 몸짓, 그 외에도 다른 언어의 자기표현 방식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화로 이어 가는가. 소통이란 무척이다 힘든 길인 것 같다.


상황을 놓고 대화를 해본다고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당장 회사에서 사람들과 회의를 할 때, 애인과 기념일을 챙길 때, 가족여행을 준비할 때 수많은 말들이 오간다. 저러한 상황 속 오가는 대화들이 나는 늘 쉽지 않았다. 인내하는 순간들이 많았고 참다못해 화를 낸 순간들도 있다.


벽에다 말해본 적이 있는가? 사람과 대화를 하다 지쳐 벽에다 말하는 것 같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차라리 벽에다 얘기하면 화가 나 울분이 터지는 경우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벽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사실에 실망할 일도 없을 것이다. 또 사람과 이야기하면 생각해야 할 것도 많다. 상대방에게 내 말이 잘 전달되게 단어선택에 신경 쓰고 높낮이와 어조, 상대방 표정을 보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많다.


심지어는 간단히 배달주문을 하는 것도, 상대방 전화가 와 벨소리가 울리는 것도 스트레스받아하는 이들이 있다. 이 같이 대화는 무척이나 스트레스다. 이처럼 피곤한 일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인데 그럼에도 우리는 왜 대화를 잘하고 싶어 하고 소통하고 싶어 할까. 정말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이유들을 막론하고 그 길의 밑바탕은 경청이라 생각된다.


경청하는 일이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상대방 말을 그냥 가만히 듣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이 살아온 가족들만 보더라도 생각과 감정이 다른데 다른 환경 속에 자라온 이들과 소통하는 것은 오죽할까. MBTI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성향이 나오고 그중 같은 MBTI를 가졌다한들 비슷해 보일 수는 있어도 모두 다르다. 그렇게 우리는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살아가며 대화해야 한다.


강신주 철학가님의 강연을 자주 보는데 그분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중 상대방 말하는 중에 내가 무슨 말할지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요즘 내가 의식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 일이다. 그전까지 상대방의 말을 듣다 내가 할 말들을 생각하고 감정이 격양되면 중간에 말을 끊으면서까지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뱉었다. 그렇게 상대방 말을 듣지 않으니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다 알고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혹여나 다 듣고 이야기한다 한들 나는 상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그 대화는 대화가 아닌 그저 입으로 뱉는 음성에 불과하고 소통이 아니게 된다. 그렇게 경청이란 상대방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대화를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사회에서 나의 아이디어를 채택받아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를 설득시키기 위해, 내가 겪는 부조리를 걷어내기 위해서도 다양한 언변과 말기술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는 경청이 있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랑에게 화내지 않고 보다 다정히 대할 수 있도록,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는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도록 하는 습관이 경청이다. 그것을 참 오래 모르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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