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당신의 아침과
보통은 아홉 시 넘어서 라디오를 튼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는 의식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 아침 6시 전후부터 밥벌이를 위한 일을 해야 하는 날이 있다.
그때 멍한 상태를 이심전심 같이 해주면서도 서둘러 활력을 찾게 도와주는 무던한 친구가 있으니
바로 라디오다.
라디오를 들으면 노동마저 유희로 변한다. 짬짬이 정보를 얻는 건 보너스, 과분하게도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디제이의 목소리는 웅숭깊기만 하다. 그의 진행이 없던 날도 나의 아침은 존재했고, 존재하지만 그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아마도 그래서 라디오를 듣나 보다. 나처럼...
들으며 손을 움직이지만, 머릿속은 차근차근 정리를 시작한다. 오늘의 계획이 얼추 완성되고 나면 그동안 소홀했던 사람들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혹시 라디오를 듣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아련해진다. 실수했던 기억들이 먹구름처럼 꾸물거릴 때도 있어 뒤늦게 부끄럽기도 하다. 이래저래 아침의 라디오는 진리다. 특히 길고도 추웠던 코로나 터널에 머물러야 했을 때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듣다 보면 어느새 듣게 되는 여자 디제이의 클로징 멘트가 흘러나온다. 어느새 열한 시다.
"내일도 당신의 아침과 함께 한다"는 그 말이 있어 나는 날마다 견딜 수 있었다.
무채색의 오늘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새끼손가락이라도 걸 듯 그녀는 약속했다. 내일도 나의 아침과 함께 해준다는 그녀의 음성은 부드러우면서도 듬직했다. 몇 시간 후면 아침 여섯 시, 나는 라디오를 들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