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집을 놔두고 시어머니 집에 들어와 산지 일 년이 넘었다.남편의 눈치를 보느라 이사가기 싫다는 말도 못하고 앞으로 어떤 궂은 일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고 집을 옮기게 되었다.
아랫집에서 물이 샌다는 항의가 들어와 욕실을 뜯어 고치느라 한여름에 먼지 날리며 쉴 곳 없이 지내던 일. 전에 살던 집에서 자동으로 했던(계단을 오르내리던 집) 다리 운동을 못해서(엘리베이터집) 무릎이 안 좋아져 여러 번 병원에 다닌 일. 돌아가신 시어머니 집에서 시어머니 생각에 좀 더 우울하게 지낸 일. 등등 이사온 집에서 고난이 많았었다.
몇 가지 가구를 버렸다.
동생을 불러 TV장과 다리가 휘청거리는 식탁을 버렸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일 년 반 만의 일이다. 바닥에 까는 두터운 전기 장판도 기회를 엿보며 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 내 물건이 아닌데 애정이 있을리 없고 오래된 물건이 주는 침침한 에너지가 싫다.
쇼파를 질렀다.
남편과 아이가 결사 반대하나 이 작은 집을 호텔로 만들겠다는 나의 플랜이 이미 서 있다. 베란다를 비우고 화분을 몇 개 놓고 빨래 너는 것을 거실 방쪽으로 옮기고 머리 속이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