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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를 지르다

우리집 호텔 만들기

by 미라클 소울

살던 집을 놔두고 시어머니 집에 들어와 산지 일 년이 넘었다.남편의 눈치를 보느라 이사가기 싫다는 말도 못하고 앞으로 어떤 궂은 일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고 집을 옮기게 되었다.


아랫집에서 물이 샌다는 항의가 들어와 욕실을 뜯어 고치느라 한여름에 먼지 날리며 쉴 곳 없이 지내던 일. 전에 살던 집에서 자동으로 했던(계단을 오르내리던 집) 다리 운동을 못해서(엘리베이터집) 무릎이 안 좋아져 여러 번 병원에 다닌 일. 돌아가신 시어머니 집에서 시어머니 생각에 좀 더 우울하게 지낸 일. 등등 이사온 집에서 고난이 많았었다.


몇 가지 가구를 버렸다.

동생을 불러 TV장과 다리가 휘청거리는 식탁을 버렸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일 년 반 만의 일이다. 바닥에 까는 두터운 전기 장판도 기회를 엿보며 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 내 물건이 아닌데 애정이 있을리 없고 오래된 물건이 주는 침침한 에너지가 싫다.


쇼파를 질렀다.

남편과 아이가 결사 반대하나 이 작은 집을 호텔로 만들겠다는 나의 플랜이 이미 서 있다. 베란다를 비우고 화분을 몇 개 놓고 빨래 너는 것을 거실 방쪽으로 옮기고 머리 속이 분주하다.


남편과 아이는 모른다.

쇼파가 도착하면 난리를 피우려나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쇼파 반품비가 상당하다.


쇼파 위에서 우아하게 글을 쓰고 쉼을 누리고 편안하게 지낼 생각에 벅차 오른다.

좋은 공간을 찾아 근처 스타벅스를 찾아 자리값을 내지 않아도 된다.


나의 쇼파 프로젝트!

남편과 아이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강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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