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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Feb 18. 2021

눈길

눈길에난 발자국

산길 입구에 발자국

산길 눈 위에 발자국을 보는 순간

번개보다 더 빠른 속도가 나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시골이라고 말하기보다 산골이었다. 초등학교까지의 거리는 편도 4Km 마을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는 곳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면 동그란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온통 주변이 산이었으니 하늘이 동그랗게 보일 수 박에 없다. 학교 가는 길은 길 양쪽으로 왼쪽은 밭이 있고 그 옆엔 산이 있다. 오른쪽은 논이 있고 그 옆엔 냇가가 있고  그 옆은 산이다. 그 길을 편도 4Km를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눈이 많이 와서 무릎까지 다을만큼 쌓인 어느 날 산골에서 학교를 가는 길과 논밭 그리고 산도 온통 흰색이었다. 그래도 밭은 높은 지대에 있고 논은 아래쪽에 있는 중간에 길이 있어서 길을 헛디딜 일은 거의 없었다.


눈이 많이 내린 날 깡마르고 단발머리를 한 조그만 초등 1학년 아이가 혼자서 눈길을 걸어서 학교에 간다고 생각을 해보면 아마 요즘 엄마들은 오분 거리도 차로 태워가고 태워오는 데 안 보낼 것이다 그런데 나는 혼자서 걸어간 기억이 난다. 마을이 커서 친구들도 많았는데 아마 그날은 친구들은 학교에 안 가고 나 혼자 갔던 것 같다.  눈길을 걷다 보니  어른의 발자국이 있어서 그 발자국을 밟으며 껑충~껑충 뛰어서 어린 발걸음으로 어른의 발자국을 밟으면 신에 눈이 덜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 뛰어 걸었던 생각이 난다. 그 발자국을 밟으려고 뛰느라 힘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몇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걷다, 눈길이 낙엽에 쌓인 눈으로 옳겨가고 있었다

낙엽에 쌓인 눈

옆을 바라보니 가을에 쌓인 낙엽 위에 눈이 하얗게 내려앉았다. 숲에서 나는 향기는 겨울에도 그때그때 다르다. 봄을 기다리며 들썩이는 새싹들로 인해 향긋함이 묻어나는 기분이다.

낙엽을 들쳐보았더니 새싹들이 속닥거림이  들려온다.

손을 가만히 못 놔두고 눈을 헤치고 낙엽을 살짝 들어 보았다. 아~!

그 속에 새싹들의 속삭임이 들려오는데 속닥속닥 거리며 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 날씨가 영하 9도여서 겨울옷을 챙겨 입고 나온 내가 부끄러운 것 같은, 그래서 낙엽을 살며시 덮어주고 내려오려는데 가을에 보았던

나무 굴속의 새싹이 궁금해서 봤는데 보이지 않았다.

나무 굴속의 새싹이 살아있나 궁금해서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달려가 보았다. 새싹이 보이지 않아서 후레시를 켜고 보았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새싹도 아직 잠을 자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따뜻한 봄에 다시 와서 보기로 하고 눈 덮인 낙엽을 밟으며 새싹들이 다칠까 봐 살금살금 걸어서 내려왔다.


자연에서의 추억은 이렇게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연상되는 한나의 흔적으로도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재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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