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윤이 Apr 01. 2021

팔달산 벚꽃놀이

자연 체험학습

"선생님, 산에 가요."

며칠 전부터 아이들은 산에 가자고 노래를 부른다.

산에 벚꽃도 많이 피었고, 공부하는 것도 지루할 때가 되었나 보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부터 아이들이 오면 산에 가려고

아이스크림도 사서 녹지 않는 은박 봉지에 포장해 두었다.

아이들도 음료수도 사고 복장도 준비를 하고 왔다.


돋보기와 햇볕을 이용해서 불만 들고 있다.

가까운 산 짧은 거리를 지나 정조대왕 동상 앞에서 도착하지 않은 친구들을 기다리면서도 아이들은 지루해하지 않는다. 각자 응달에 자리를 잡고 앉아 꽃을 보기도 하고 과학자가 꿈인 아이는 늘 돋보기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관찰을 하거나 햇볕이 좋은 날에는 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낙엽을 주어다 불을 만들면서 눈부심을 말하니까 옆에 있는 친구는 강한 빛이 신기 한지 손가락을 대어보며 뜨겁다고 한다. 햇볕으로 불을 만들 수도 있고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돋보기를 쓰고 햇볕에 누워있으면 실명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까 아이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벚꽃구경 온 인파가 많다.

아이들은 벚꽃이 많은 거리로 나갔다. 먼저 핀 살구꽃은 바람에 꽃잎을 날리고 있고 아이들은 날리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꽃잎을 잡느라 바쁘다. 그런데 벚꽃구경 온 인파가 너무 많아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다니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꽃잎을 잡은 아이의 손

3월의 마지막 날인데 오늘 날씨가 21도가 되어서 날씨는 여름이 곧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 같다. 꽃길을 걸으며 아이들은 사진도 찍고 해마다 보는 벚꽃이지만 해마다 느낌이 다름을 이야기한다. 아이들 눈에 가장 예쁘게 보이는 꽃이 올해는 수양벚나무였다.

수양 벚나무 꽃

아이들은 수양벚꽃 앞에서 넉을 잃을 만큼 황홀해하며 사진도 찍고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벚꽃을 구경 나온 인파의 소음이 섞여 싫었는지 산으로 올라가자고 한다. 산으로 오르는 길도 벚꽃이 만개해서 아이들은 환호를 지르고 길가 주변에 새싹들을 보면서 이것은 무슨 나무냐고 물어본다. 우리가 오르는 길가엔 원추리가 초록 새싹이 예쁘게 돋아나 있고 길가엔 화살나무와 귀룽나무에 새싹이 파릇파릇 피어있나고 꽃망울도 보였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려가는 아이들

산을 올라가며 아이들이 덥다고 해서 준비해온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나눠줬다. 이곳은 어젯밤에 보았을 때 벚꽃이 가장 예쁘게 피어서 이곳으로 내려가는데 먼저 내려간 아이들은 꽃이 만발한 곳에 띄엄띄엄 떨어져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꽃을 감상하기도 하고 말장난을 하기도 한다. 코로나가 무서운 아이는 멀리 떨어져 앉아서 혼자 먹고 친구가 좋은 아이는 눈 맞출 정도의 거리에 앉아서 연신 생글거린다.


어느 쪽으로 보아도 벚꽃은 아름답다. 카메라 랜즈가 사람의 눈을 못 따라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들에게 사진 잘 찍는 법도 알려주고 산에 와서는 게임을 못하게 해서 아이들은 꽃을 사진에 담느라 바쁘다. 새들의 노랫소리도 흉내 내보기도 한다. 찌지직 찍찍찍 찌지 직하며 서로 자기의 소리가 맞는다고 우기기도 한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무 아래서 꽃도 보고 새소리도 듣는다.

그런가 하면 6학년 아이는 "선생님, 계절이 사람이라고 하면 지금이 우리들 나이인가요." 하는 어려운 질문을 하기도 한다. 나는 6학년 나이는 봄 중에서도 초봄이고 식물로 본다면 새싹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너희는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하면 키가 큰 아이는 자기가 너무 빨리 커버린 것 같아서 싫다고 말하고 저학년 아이들은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산을 내려오는 모습


아이들은 산을 내려오면서 하얀 벚꽃을 보고 벚꽃이 분홍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얀색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벚꽃의 색이 같은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까 조금씩  다르다는 말을 하는 아이도 있다.

우리는 산에 오면 마지막에 사진 찍는 곳이 있다. 그곳은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녹음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하얀 눈꽃이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곳이다. 그곳에 앉아서 오랜 시간 나무와 꽃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애기씨 꽃

우리가 내려오는 길에 커다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보며 아이들이 저 꽃은 무슨 꽃이에요 하고 물어본다. 애기씨 꽃이야 명자꽃이라고도 하고 했더니 6학년 아이들은 그럼 명자라는 여자가 죽어서 그 자리에 꽃이 피어서 명자꽃이라고 했군요 한다. 그러면서 저 꽃을 가지고 동화를 지어도 되겠다고 하며 나름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본다. 우리는 이렇게 짧은 시간을 길게 느리며 벚꽃놀이를 맞혔다.

사진찍는 명소


작가의 이전글 봄 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