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윤이 Jun 23. 2021

방화수류정의 밤

광란의 밤

멀리서 지인이 찾아왔다.

수원화성을 보고 싶어서.

방화수류정에서 본 동북각루


수원화성의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화홍문 가까이 갔는데

어디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방화수류정 가까이 갔을 때

그 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젊은 커플이 나오며

"아이 시끄러워서 죽을뻔했네."

하며 방화수류정 계단을 내려온다.


방화수류정


지인과 함께 방화수류정에 올라갔다.

용현이 보이는 쪽으로 삼삼오오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젊은 여자 여섯 명이 맥주캔을 앞에 놓고 앉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르다

춤을 추고, 깔깔거리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며 그곳을 나왔다.


밤 11시면 고요하리라 생각해서 길을 나섰는데

방화수류정 주변은 온통 시끄러웠다.

용현의 모습

용현 주변을 보기 위해 내려갔다.

주변에 자리와 사진 소품들을 대여해주는 상인들이 생겨나면서 자리를 깔고 앉아 노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용현 주변의 잔디가 다 죽고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용현의 모습

고요하고 아름다웠던 용현의 모습은 옛 모습이 되었다. 자리를 깔고 술판이 벌어지거나 배달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방화수류정이 보이는 곳에 캠핑용 탁자를 대여해서 앉아 밤늦은 시간에 술을 마시고 소리치는 사람들로 용현 주변은 가득하다. 지인이 넌지시 말을 걸었다. 못 볼 것을 보고 가는 기분이라고.

화홍문

용현을 이어주는 다리를 걷다 화홍문을 바라보았다. 화홍문도 과거에는 개방했던 곳인데 요즘은 저녁때가 되면 문을 잠근다. 길을 걷다 화홍문 가까이에서 더 큰소리가 나서 보니까 방화수류정에서는 술에 취한 여자들이 이리저리 뛰면서 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방화수류정

나를 찾아온 지인은 수원이 대표하는 문화재인 수원화성을 온전히 보고 싶어서 온 것이다. 며칠간의 일정으로 마지막 날 수원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의 야경을 보고 싶어 해서 사람이 없을 시간대에 갔는데 추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낯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방화수류정과 용현을 보면서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과 문화재를 대하는 시민의식이 바뀌어야겠고 수원시는 문화재 관리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 내가 본 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