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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Jul 08. 2023

문화결핍이 없는 교육

우리의 미래는 문화에서 시작

외국에서 공부하는 딸이 방학이라 집에 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딸과 전화통화를 끊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IMF때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초등2학년 딸과 5살 아들이 자라고 있는 시기였고,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한다고 집 팔은 돈을 다 잃게 된 과정에서 아이들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저는 아이들을 집에 두고 돈을 벌러 나가기가 두려웠습니다. 생활은 점점 어려워졌지만 자라는 과정에서 문화가 결여되면 안 된다는 생각은 확고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는 시기에 미술관, 영화, 전시회 공연프로그램 등을 경제적 부담이 되어도 다른 부분을 줄이면서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며칠 전 딸과 통화내용입니다.

"엄마, 제예기 좀 들어보세요."

하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 우리 학과에 할아버지가 미술관 관장인 학생이 있어요.

그래서 교수님이 그 아이를 엄청 예뻐했어요.

그런데, 이번 과제물에서 제가 1등을 했어요. 

우리 어렸을 때 엄마가 미술관에 많이 데리고 갔잖아요.

그때 사온 팸플릿에 보면 화가이름. 그림제목, 그린 연도, 물감종류, 그림크기, 어느 미술관에 소장 이런 것들이 쓰여있던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컴퓨터로 그림과 그림에 관련된 정보를 넣어서 만들어서 제출했는데 제가 우리 과에서 최고점수를 두 번 받았어요.

그 후 교수는 저한테 뿅 갔어요.

교수님께서 저한테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보실 정도로 저한테 관심이 많아지셨어요.

어린 시절 엄마가 전시회를 많이 보여준 덕분이에요."


그래서 그 과목이 무슨 과목이냐고 물어봤어요.

"미술관 조사 콜랙션 그런 거예요"

이렇게 말하며 

"엄마가 어려서 잘해준 것 같아요.

그때 돈이 없어서 더 천천히 열심히 봤던 것 같아요.

핀플랫을 사가지고 와서 까지요."

딸의 이야기처럼 저는 두 번 데리고 갈 수 없는 전시회는 천천히 오랫동안 보자고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보고 나서 기억에 남게 하기 위해 팸플릿은 꼭 사가지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듣고 통화를 끝냈습니다.


딸과 전화한 것을 아들과 산책하며 이야기했는데요. 

아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엄마, 예전에 서울국립과학관에서 '인체의 신비전'할 때  꽤 비쌌죠?"

그때 아들나이가 7살이었는데 기억을 하며 물어봅니다.

그때 우리 가족에게는 엄청 추운 경제적 고통이 있었던 시절입니다.

그래도 저는 신문에 나는 새로운 전시나 아이들이 보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국립미술관 같은 입장료가 싼 곳을 많이 찾아다녔고. 그렇게 하는 저를 아시는 지인분들이 발레나공연이나 오케스트라 같은 비싼 표를 "받았는데 네 생각이 나서" 하며 우편으로 보내주셨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분들께서 주신 도움이 엄청 컸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입장료가 비싸서 가고 싶은데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생기는데 아이들 키우는 동안에 가끔 저한테 오는 티켓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오릅니다.


저는 어느 해 추운 겨울, 날씨만 추운 것이 아니라 마음도 추운 크리스이브날 아이들에게 '호두까기 인형' 발레를 보여주러 갔습니다. 발레가 끝나고 아이는 호두까기 인형을 사고 싶어 했는데 그때는 그 돈이 너무 비싸서 사주지 못했습니다. 그때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아들은 

"난 이다음에 아빠가 되면 아들한테 커다란 호두까기 인형을 사줄 거야."

라고 해서 마음이 짠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이런 기억들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합니다. 

돈이 부족해서 더 열심히 보았던 것 같다고 합니다. 

딸과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의도했던 것보다 더 큰 대가가 다가오는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합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문화가 결여되면 안 되는 이유는 미래를 반듯하게 세울 인재로 키우기 위한 작업 중에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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