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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Nov 13. 2023

위령성월

11월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11월 초 어느 날

친정집에 갔다 돌아올 때

방문 앞에 앉아계시는 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마당을 지나 대문 앞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힘없이 앉아계신 아버지가 보였다.

나는 오던 길을 뒤로 가

아버지옆에 앉아

아버지의 어깨 위로 손을 얹고

아버지귀에 입을 대고 속삭이듯

“아버지 사랑해요!”

라고 했다.

그 소리가 작았는지 아버지께서


“뭐라고?”

나는 큰 소리로

“아버지, 사랑해요!“

하고 아버지를 꼭 안아드렸다.


아버지는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마당을 나오며 바라본 아버지의 얼굴은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일주일 후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갔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으려는 순간을 보여주시고

아버지는 떠나셨다.


시골집에서 치러진 아버지의 장례는

축제를 방불게 했다.


수많은 문상객들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곱게 차려입으신 한복에 하얀 고무신

발걸음을 떼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친구의 죽음을 확인해야 믿을 것 같다 하시던

아버지 친구분,


장례가 끝나고 돌아온 집 앞의 은행나무는

은행잎을 다 떨구고 덩그러니 서있었다.


11월 낙엽을 떨군 나무들을 보면

아버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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