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11월 초 어느 날
친정집에 갔다 돌아올 때
방문 앞에 앉아계시는 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마당을 지나 대문 앞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힘없이 앉아계신 아버지가 보였다.
나는 오던 길을 뒤로 가
아버지옆에 앉아
아버지의 어깨 위로 손을 얹고
아버지귀에 입을 대고 속삭이듯
“아버지 사랑해요!”
라고 했다.
그 소리가 작았는지 아버지께서
“뭐라고?”
나는 큰 소리로
“아버지, 사랑해요!“
하고 아버지를 꼭 안아드렸다.
아버지는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마당을 나오며 바라본 아버지의 얼굴은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일주일 후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갔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으려는 순간을 보여주시고
아버지는 떠나셨다.
시골집에서 치러진 아버지의 장례는
축제를 방불게 했다.
수많은 문상객들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곱게 차려입으신 한복에 하얀 고무신
발걸음을 떼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친구의 죽음을 확인해야 믿을 것 같다 하시던
아버지 친구분,
장례가 끝나고 돌아온 집 앞의 은행나무는
은행잎을 다 떨구고 덩그러니 서있었다.
11월 낙엽을 떨군 나무들을 보면
아버지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