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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Jan 19. 2024

이혼 후 재혼에 대한 반박

책을 읽다 '인간이 망각하는 속도는 경이롭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여고동창 단톡이 오랫동안 조용해서 '오늘의 한마디' 하고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친구가 연락이 왔다. 

동창모임카톡창


"늙으니까 잠이 오지 않니? 웬 새벽 4시에 글을 올리고 그러니."

" 아니야, 조금 전에 올렸어."

했더니 친구가 웬 뚱딴지같은 글은 오렸냐고 한다. 그래서 내가

" 입덧이 그렇게 힘들었는데 또 임신하고 , 그리고 결혼생활이 힘들다고 이혼하고 또 재혼하잖아."

했더니 친구가 그러게 말이야 하며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오후 일이 끝나고 남편과 한살림매장에 가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 아침에 이야기하던 거 반박하려고 전화했어."

"뭔데?"

" 야, 아까 결혼생활이 힘들다고 이혼했는데 잊고 또 재혼한다고 한 것 반박하려고."

"그래, 너는 두 번 이혼했으니까 반박할만하다."

" 첫 남편은 너무 착했고, 두 번째는 남성다운 남자를 찾아서 결혼한 거야. 말하자면..."

" 네가 뭐 사자니?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게 한번 들어봐."


"우리 동네 슈퍼가 하나가 있어.  슈퍼주인의 상처한 언니가 어느 날 손님으로 오신 할머니( 사주공부를 하셔서 마을 사람들 사주를 거의 알고 계신 분)께 

" 할머니, 나 재혼하면 잘살지 사주 좀 봐주세요."

" 전남편이 잘해줬어?"

" 아이고, 그 인간이 매일 술 처먹고, 노름이나 했지 잘해주긴 뭘 잘해줘요."

" 그럼 재혼할 생각 하지 마. 재혼해도 똑같은 사람 만나."

" 할머니, 재혼해서 잘 살 거라고 말 좀 해주시면 안 돼요."

" 가지나무에는 가지 열리고, 짧오이나무에는 짧은 오이가 열리고, 길쭉한 오이나무에는 길쭉한 오이가 열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내 눈이 같은 사람을 고른다는 말이야. 내 눈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죽은 남편이 잘해줬으면 또 가도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야."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가셨거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니?"

그랬더니 그 친구는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또 반박할 것이 있다고 전화가 왔다.

친구는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는 아이가 없었다. 유모차 끌고 가는 엄마들만 보면 샘이나서 죽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혼 후 재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기를 낳아 유모차를 끓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한다.

그때는 친구 같은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재혼을 했고,

아들을 낳아서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은 친구 같은 함께 걸어갈만한 남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60이 넘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여성호르몬의 장난이었던 것 같고,

첫 번째 남편과 두 번째 남편은 성격을 달랐지만 이혼사유는 비슷했던 것 같다고 한다.



부끄럽기만 했던 이혼이야기도 이제는 즐기며 하는 친구가 좋다.

두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하나 낳은 친구는 아들을 훌륭하게 잘 키워 대기업에 다니는 엘리트다.

이제는 아들도 독립해서 잘살고 있고, 친구도 건강하고 신앙심이 깊어 봉사도 하고, 즐겁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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