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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18. 2024

백두대간 (큰재~백학산~지기재)

  백두대간길은 처음부터 차고 올라간다. 그래서 숨이 턱 막히는 순간과 자주 마주친다. 그래서 호흡이 중요하다. 그런데 코가 얼었을 때는 콧물이 줄줄 흘러서 코로 숨을 쉴 수가 없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헉헉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큰재~백학산~지기재

큰재는 백두대간 길 중에서 지대가 가장 낮고 능선의 힘이 약하다고 하는데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선두에 서서 가다 보니 조금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걸어야 했다. 그래도 걸을 만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발목과 무릎사이의 근육이 뻑뻑해지고 골반 주변이 조여오듯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쉬지 않고 걷는다. 처음 백두대간을 할 때는 산행을 하면서 주변도 보고 그러고 가지 빨리 걸으면 최고냐고 하산해 밥 먹을 때마다 투덜거렸다. 그런데도 대장님들은 빙긋 웃기만 했다. 


생강나무꽃

  처음으로 선두에서 처치지 않고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걷는데 항상 선두를 지키던 희아 님이 뒤로 처졌다. 철의 여인이라고 불렀는데 오늘은 어디가 아픈지 뒤로 처지고 내 앞으로 오지 못하고 있다. 항상 선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뒤로 처지는 것을 보면서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뒤를 쫓아오던 후미의 도우너는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난번 광교산 종주를 하면서 내 몸을 조금 알게 되었는데 혼자 걷는 발걸음은 매우 빨랐다 그리고 물을 언제쯤 마셔되는지를 파악했다. 그런데 16km를 지나는데 4시간이 걸렸다는 트랭글이 전하는 소식을 듣고 지난번 16.1km에 3시간 48분이었던 것을 기억하며 조금 더 빨리 걷기를 했다. 그렇게 빨리 걷기를 해도 이제는 주변에 노랗게 핀' 생강나무꽃'과 찾아보기 힘들다는 '올괴불나무꽃'을 나는 발견했다. 뒤에 쫓아오던 희야 님이 함께 보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느라 조금 처진 것 같아 부지런히 걸어가 선두를 따라잡았는데 백학산을 오르기는 정말 힘들었다. 내 앞을 질러가던 남자대원이 어느 순간에 나와 가까워지더니 이내 내 뒤로 처지고 말았다. 그분은 두 번 쉬고 왔기에 어느 순간에 힘이 빠지는 것 같다. 산에 오르는 순간 정신연령이 20대로 내려갔다가 다리에 힘이 빠지는 순간에는 60대로 돌아가면서 절망스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무릎 주변의 근육과 골반근육이 뻐근해지는데 다른 산행에서는 '힘들다. 쉬자.' 할 것을 쉬지 않고 말 그대로 힘들어도 걸었다. 백학산 정상에서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무릎밑으로 내려가는 작은 정상석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백학산을 오르는 길이 험했듯 내려가는 길도 비탈이 심했다. 선두의 발 빠른 사람들은 비탈길을 만나면서 뛰기 시작했다. 선두는 넘사벽이다. 그들은 산에서도 잘 뛰는 말과 같았다. 지기대를 내려오면서 겨울을 잘 이겨낸 나무와 덤불이 새싹이 피어나길 기다리고, 넓게 펼쳐진 상주의 들판과  상주고랭지포도원에서 농부들이 분주하게 작업하는 것을 보면서 도착지에 도착했다. 


사진출처: 농디

  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고 등산화의 먼지를 깨끗이 털어서 햇볕에 말리고 넓게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며 5월에 있을 화대종주산행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파릇파릇하게 나오는 새싹들을 바라보며 다음 산행을 생각하는 이 사람들이 지금 막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맞는지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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