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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r 22. 2024

드라마 주인공

요즘 아이들이 수업이 끝나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공부방 쉬는 방에서 한참을 놀다 간다.

오늘은 금요일이어서 한 아이에게 물어봤다.

"요즘 수업 끝나고 뭐 해?"

했더니 드라마를 본다고 했다.

왜 집에서 안 보고 공부방에서 보느냐고 물어봤더니 핸드폰으로 봐야 하는데 혼자 보는 것보다 언니들하고 함께 보는 게 더 재미있어서 여기서 본다고 했다.

제목을 물어봤더니 피라미드게임이라고 했다.

그래서 왜 그 드라마를 보느냐고 물어봈더니, 재밌고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이 예쁘고  잘생겨서라고 했다.

그런데 30년 전쯤에 본 드라마에 전조로 나왔던 하가경이 너무 잘생겨서 유튜브나 재방이 없던 시절 드라마 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보던 생각이 났다.

남편이 어디 가자고 하면 드라마 보는 날이라고 했고, 어디 갔다가 도 시간이 되면 빨리 가야 한다고 할 정도로 드라마를 좋아했다.

그러면 남편은 그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처음에는 말을 못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전조가 나오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남편은 왜 좋으냐고 물어봐서 나는 

"잘생겼잖아!"

했더니 어느 날 남편도 보지 않던 드라마를 함께 보게 되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남편은

"잘생기긴 뭐가 잘생겼어?"

하는데 나는 한술 더 떠서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어도 눈에 자꾸 떠오른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어느 배우나 가수가 잘생겨서 좋아해 본 경험이 없는 내가 나도 신기했다. 그런데 남편은 그때부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같이 보았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저 사람 잘생긴 거 아니야, 세상에 잘생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조가 정말로 잘생겨 보이지 않았다.

그 후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아이들이 피라미드게임 드라마가 재밌는 것은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나와서라는 이야기를 해서 나도 한때 드라마에 잘생긴 남자가 나와서 좋아한 경험이 있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보여달라고 해서 검색해 보여줬더니 그렇게 잘생긴 것 같지는 않다고 해서 다른 몇 개의 사진을 검색해서 보여주기까지 하며 내가 좋아서 본 드라마의 주인공을 생각해 보았다.

오늘도 아이들은 공부가 끝나고 모여서  드라마를 보고 놀다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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