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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Apr 02. 2024

친절을 베풀고도 불안한 마음

나이들어 보이는 일본인여자를 만났다.

늦은 아침에 팔달산 둘레길을 산책하러 나갔다.

일본인 여자가 길을 물어봤다.

영어는 알아듣는다고 해서 영어로 길을 가르쳐 줬다.

그런데 잘 모르는 것 같아서 행궁매표소까지 같이 갔다.

매표소에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셀카를 찍으려 해서 안내복을 입은 직원에게 찍어달라고 했다. 

그녀가 일본어를 하는 것을 보고 안내원은 바로 일본어를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통역까지 해주었다.

친절하게 잘 안내해 줘서 고맙다고.

안내원은 화성행궁이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줬다.

사진을 찍고 그녀는 나의 이름을 물어봤다.

그녀가 나와 사진 찍고 메모지에 내 이름을 물어봐서 적었고 나는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기분이 묘했다.

저녁이 되어 문득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친절을 베풀고 왜 불안할까.

그녀가 길을 함께 걸으며 이곳에 사느냐고 물어본 것도,

세상이 흉흉해서일까.

요즘은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

몇 년 전 인라인 동호회와 광장에서 인라인을 탈 때 

가까운 성당이 어디 있냐고 물어봐서 가르쳐줬는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기 치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은 사기꾼이었다.

그리고 함께 인라인 타던 언니도 박물관을 물어봐서 친절하게 알려줬는데 나중에 고맙다고 식사를 하자고 해서 식사를 하며 술을 한잔했는데 그 남자가 호텔로 가자고 했다고 하는 일화도 있다.

내가 아는 직원은 연락처를 알려 줬는데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 외국인의 연락처에 있는 전화번호가 친한 친구라고 한다며 와보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사람도 파악하기 어려운데 외국사람을 어찌 알까.

다음부터는 이름은 절대로 알려주지 말자.

일본인 그녀도 친절함 그 자체로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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