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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y 07. 2024

어느 기간제 교사의 죽음

여름용 등산화를 구입하기 위해 등산용품점에 갔다.

그곳 여사장님께서

“바쁘신 시간에 선생님이 웬일이세요?”

하며 반가이 맞아주셨다. 내가 쉬고 있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여사장님 눈가에 갑자기 눈물이 고이더니 

"애들을 어떻게 키우려는 거야?"

하셨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지난해 어느 날 인가부터 상가 주변을 빙빙 도는 70세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있었는데 처음 보는 분인 것을 보니 용인으로 이사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부인과 함께 등산용품을 몇 번 사면서 친해져서 알고 보니 정년퇴직한 교사 부부더라고요. 그러면서 가까운 산에 대해 물어보시기도 하시며 주변 산을 잘 다니셨어요.

그런데 오랫동안 상점에 들리지 않아서 이젠 이사 온 지역에 적응이 되어 혼자서 잘 다니시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부인이 혼자 오셨어요."

이야기를 하다 핸드폰을 켜서 한 여자분 프로필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고운 부부세요. 남자선생님께서 집에서 쉬는 것 심심하고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학교 기간제 교사로 나가신다고 하셨는데 첫날 임시담임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첫 출근을 해서 교실에 들어갔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이놈들아  조용히 좀 해. “

하셨는데 어떤 아이가

”“이 씨발놈아 우리 부모도 조용하 하라고 하지 않는데 네가 뭔데  떠들어. “

라고 했고 선생님께서는

“이런 버릇없는 놈이..."

하며 언쟁이 벌어졌는데 반 아이들은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어서 부모들에게 보냈고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해요.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선생님은 낯빛이 어두어서 부인께서 저녁식사를 권했는데도 먹고 싶지 않다고 하시며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부인께서는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일찍 잠을 자러 들어갔는데 남편은 침대에 누우려 하고 부인은 불을 끄려는 순간 남편이 침대에 누우며

"아악~"

하고 큰소리를 질러서 끄려는 불을 다시 켜고 남편의 얼굴을 보았는데 이미 "아악~"하는 소리와 함께 이 세상사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시던 상점여사장님은 내 손을 잡으며

"선생님, 건강하게 잘 쉬세요. 즐겁게요."

하시며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저도 팔에 혈관이 다 터져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어요. 그 선생님처럼 아이한테 욕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부모한테 칼에 찔리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고, 죽는 선생님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저도 죽으면 인정이 될까 했는데 살아서 증명해야죠. 돌아가신 선생님 정말 안타깝네요."

했더니 여사장님께서도 고개를 끄덕이시며

 "얼마나 많은 교사와 기간제 교사들이 죽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며 언제까지 나는 내가 쉬는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한 자녀뿐 아니라 다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고 내 아이가 존중받아야 한다면 타인을 먼저 존중해야 된다는 교육이 꼭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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