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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May 08. 2024

가방을 사게 된 이유

나의 친구들은 모두 부지런하다.

검소하기로도 1등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자인 친구들이 많다.

그중 부지런하고 알뜰하기로 소문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몇 년 만에 만났다.

그 친구는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친구의 가방이 못 보던 거여서 물어봤다. 

"이 가방 좋아 보인다. 요즘 가볍고 핸드폰 넣고 다니기 좋겠다."

했더니 친구는 우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은행에 도착해서 번호 차례가 되었는데 주머니에 핸드폰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청원경찰직원한테 전화 좀 한 번만 걸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사람이 전화기를 주웠는데 어디를 가야 하는 일이 있어서 몹시 바쁘다며 전화기를 지금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가서 핸드폰을 찾고 은행에 돌아왔더니 은행문이 닫혔다고 한다.

"야, 내가 전화기를 왜 주머니에 넣고 자전거를 탔는 줄 아니?"

하고 친구가 물었다. 나는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모르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나, 100원 벌려고 자전거 탈 때 주머니에 핸드폰 넣고 타는 거야."

"어떻게?"

"자전거 바구니에 핸드폰 넣고 타면 케시워크가 안 찍히는데 주머니에 넣으면 찍힌다. 그깐 100원 벌려고 그날 은행업무를 못 봤잖아."

우리는 큰 소리로 웃었다.

100원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는 부자다. 건물에서 나오는 월수입만도 1,000만 원이 넘는다. 

친구의 아들이 핸드폰 떨어뜨려서 잃어버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온가방이라고 한다.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않으면 큰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나도 집에 핸드폰도 넣고 지갑을 넣어도 되는 딸이 사준 작은 가방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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