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마라톤클럽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일요일 오전 6시부터 8시 30분까지 팔달산에서 달리기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용을 쓰면서도 오늘은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원마라톤클럽은 12 띠가 돌아가면서 1개월씩 자봉(자원봉사)을 하는데요. 나이가 많은 띠는 자원봉사도 쉽니다. 그런데 오늘 자원봉사 명단을 보니까 여자회원이 설악산 공용능선에 간 것을 알게 되어 제가 대신 나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나갔습니다.
자원봉사는 테이블을 설치하고 달리기하는 회원들이 먹을 물과 음료, 그리고 간식을 진열해 주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남자 두 명 여자 한 명이 있지만 뛰다가 부상자나 쉬는 회원과 이야기도 해줘야 하고, 물과 음료도 회원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따라주기도 하고, 간식도 알맞게 꺼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나름 바쁩니다.
그런데 저보다 달리기도 잘하는 한 살 아래인 후배가,
" 왜, 안 뒤어요?"
해서 나는 빙긋이 웃으며
"난, 자봉이야."
했더니
"자봉도 뛰어도 되는데."
라고 해서
"난 오늘 뛰면 죽어."
했더니 후배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또 한 바퀴를 뛰기 위해 달려간다.
내가 못뛰는 이유는 어제 비도 오고 심심해서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에서 피티를 16회나 받았으니 내가 기억하고 기구를 다룰 수 있는 것이 몇 가지나 되나 보려고 갔는데 혼자 하려니까 몇 가지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관장님의 도움을 받아서 열심히 헬스를 하고 집에 왔는데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었다. 피티를 받을 때는 힘들지 않았는데 혼자서 욕심을 부렸는지 몸이 훅 간 느낌이었다.
다음날 아침도 일어나기 싫은 것을 억지로 몸을 일으켜 자봉을 하러 나간 것이다.
내가 다니는 수지메카헬스짐의 관장님은 많이 하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해서 왜 그러나 했는데 이제 이유를 알 것 같다. 헬스를 하면서 몸에 휴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내가 오늘 뛰면 죽어라고 한말을 옆에 있는 띠동갑이 듣고
"누나, 오늘 뛰면 왜 죽는데?"
"내가 요즘 헬스피티를 받는데 어제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왔는데 몸이 뛸 기분이 아니야."
했더니
"어디 헬스장 다니는데?"
하고 물어봐서
"수지구청역에 있는 메카헬스짐으로 다녀."
"누나, 수원에도 헬스장이 많은데 거기까지 뭐 하러 가."
" 유튜브 보니까 그곳에서 80대 할머니가 보디빌더가 되었다 해서 잘 가르쳐주겠거니 하고 갔어."
"누나, 보디빌더 하려고?"
"내가 초, 중학생 때 육상부 남학생들 하고 달리기를 해도 내가 이겼는데 광열이는 기네스북에 오르는데 나는 못 뛰니까 근육 좀 만들면 잘 뛸까 하고 갔는데 원인을 알았어. 제왕절개를 3번해서 복직근이 약해서 달리기를 못하는 것이었아. 그래서 운동하고 있는 거지."
"아, 그럴 수 있겠다. "
이렇게 헬스를 해서 달릴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자봉을 하고 8시 30분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후에는 혼자서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