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가 갑자기 멈춰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래서일까 정년퇴직자보다 조기퇴직자의 사망률이 20%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나의 경우 갑자기 타에 의해서 일을 멈추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요즘 경험하고 있다.
일을 할 때는 한번 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여행도 하고, 부족한 잠도 실컷 자고 싶었다.
그런데 여행스케줄을 잡아 놓아도 재미가 없다.
일을 할 때는 언제, 어떻게 시간을 내서 어디를 갈까를 생각하는 자체가 즐거웠던 것 같다.
그리고 실컷 자고 싶었던 잠도 일을 할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진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학교 가는 날은 일어나기 싫은데 쉬는 날은 오래 자고 싶은데 일찍 일어나 진다는 말이 생각나 혼자 피식 웃기도 한다.
산행의 즐거움도 일을 할 때가 더 즐거웠다.
몰래 먹는 과자가 더 맛있듯 부족한 시간을 쪼개며 놀 때가 더 즐거웠다.
한 달에 두 번 백두대간을 걷고, 일주일에 3번은 마라톤동호에서 달리기를 한다.
그것들은 일을 할 때도 하던 일이다.
그래서 일을 멈출 것을 대비해서 일주일에 두 번 헬스피티를 받는다.
새로운 재미는 있다.
그런데 그것 또한 일을 할 때보다는 덜 재미있다.
요즘은 시간 없어서 밀어놨던 독서를 시작했다.
독서를 하면서 잠시 모든 것을 잊게 되는 것 같다.
책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하고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면서 숲에서 대낮에 산책도 한다.
나뭇잎사이로 빛나는 햇살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숲을 향유하듯 걷는다.
일을 할 때는 상상도 못 하던 시간관념 없이 누군가와 만남을 같기도 하지만 곧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쉬면 시간이 많을 테니 글을 더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을 할 때 반짝이던 아이디어가 더 많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가끔 멍 때리는 순간들이 더 많아서인지 일할 때 보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조기퇴직자가 준비 없이 퇴직을 맞아 혼돈의 세계에 밀리면서 괴로워하듯
나 또한 혼돈의 세계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