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산에서 내려오면서 올라가는 사람이 고지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어보면 아직 고지가 멀었는데도 "조금만 올라가면 됩니다. 힘내세요." 한다.
이번 백두대간길은 험하고 긴 거리였다.
뎃재에서 두타산을 거처 백복령으로 내려가는 29,1km였다.
차 안에서 백두팀장은 "처음 오르는 길만 험하고 길이 좋고 편이한 편입니다."라고 해서 아, 그러면 청옥산을 지나서 뛰어가도 되겠다 생각했다.
두타산을 오르는 오르막도 만만지 않았다.
청옥산 1,404m 역시 청옥산을 오를 때는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상고대가 보여서 나름 즐거운 생각을 하며 내리막길을 달리듯 걸었다. 얼마 가지 않아 바윗길이 나타났는데 눈발이 더 심해졌다. 내려가는 길이 깊으면 그만큼 올라가는 길도 높다는 것은 백두대간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고적대 올라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함께 가는 분이 꿀스틱을 하나 줬다.
그것을 먹고 올라가도 마찬가지였다.
고적대에 올러가면 경관이 아름답다고 했는데 눈이 내리고 흐려서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조금 걸어가니 바람을 피해 앞에 가던 남자대원들이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나는 추워서 먼저 걷겠다고 했다. 뒤에 오던 남자대원들이 달리듯 앞으로 갔다.
너덜지대를 지나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지나갔는데 남자대원들이 서있었다.
왜 안 가고 나를 기다리냐고 물어봤더니 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이 나무뿌리에 걸려서 손가락을 다쳤다고 한다. 그래서 천천히 걸어 이기령까지 갔다.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백두팀장도 후미대장도 뛰어왔다.
후미는 이기령에서 다 중탈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우리가 후미가 되는 것이다.
다친 사람을 두고 부지런히 올라가는데 백두팀장이 아이젠을 벗으라고 했다.
아이젠을 벗고 있는데 벌써 사람들은 산을 넘고 있었다.
내가 맨 꼴찌다.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원방재에서 산을 하나만 넘으면 내려가는 길이라고 하고 먼저 갔기 때문에 걱정을 접었다.
그런데 뒤에서 남자대원 한 명이 뛰어왔다.
먼저 가라고 했더니 나하고 같이 갈 거라고 했다.
다 왔는데 먼저 가라고 했다. 그런데 그 남자대원이
"아직 멀었어요."
"저 산만 넘으면 내려가면 끝이라고 했는데요."
했더니
"일단 올라가 봐요."
그런데 산이 너무 높아 보여서 가방에 있는 먹을 것을 먹고 올라가자고 했다.
한 시간 걸려 산을 올라갔더니 또 하나의 산봉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 한 봉우리만 올라가면 된다고 했는데."
했더니
"아니에요. 저기 저 산을 다 넘어서 내려가는 거예요."
"여기 와 봤어요."
"네. 작년에 왔었어요."
울고 싶었다.
"그때 이정표가 나왔다."
이정표의 앞의 숫자는 직직 그어있고. 5km라 표시되어 있었다.
"0.5km 남았나 봐요."
라고 해서 나는 앞에 분명히 무슨 글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며 또 하나의 산을 넘었다.
"이제 다 넘었어요."하고 남자대원이 말했다.
"네, 이제 내려가면 돼요?"
했더니 남자대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즐겁게 내려갔다.
그런데 앞에 가던 남자대원이 내려가지 않고 또 하나의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앞에 있는 이정표를 보았다.
그런데 이정표에 백봉령으로 가는 길은 표시되어있지 않았다.
나도 따라서 올라가다가 다시 뒤돌아서 이정표 앞에 섰다.
백봉령으로 가는 쪽 이정표가 떨어져서 눈에 덮여있었다.
나는 그것을 발로 눈을 치우고 봤다.
백복령 3.5km 나는 울고 싶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달리기 할 때 팔달산 한 바퀴 조금 더 되는 거리다.
그렇게 생각하고 걷는데 산길은 달리기 하던 길이 아니었다.
걸으면서 가방에 있는 사탕을 10개를 다 먹었다.
그러고 커다란 봉우리를 올라갔는데 갑자기 어둡던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 내리는 오후의 숲길에 우뚝 멈추어 섰다.
로보트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란 시가 생각났다.
눈 내리는 오후의 숲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 순간 나는 산에 온 이유가 바로 이 순간을 느끼러 온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시를 음미하듯 나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남겨 놓고 발길을 재촉했다.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아마 10번은 하고 앞에 가는 대원이 빨간 차가 보인다고 했다.
후미기준 12시간이라고 했는데 나는 13시간 만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백두팀장한테 왜 거짓말을 했냐고 했더니, 거짓말을 안 했으면 아마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걸어줘서 고맙다고 한다.
내일 금요무박 떠날 생각을 하며 잠시 지난 산행을 기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