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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37년 만에 다시 찾은 소백산

죽령~소백산~고치령

by 해윤이

소백산은 언제 와도 배신하지 않는다.

그만큼 소백산의 경관이 아름답다는 말이다.

새벽 3시 56분 소백산국립공원문이 열리기도 전에 산행을 시작했다.

연화봉 까지 천문대가 있어서 임도로 올라갈 수 있다.

선두에 몇 명이 따라붙었다.

가벼운 대화를 하면서 올라갈 정도로 길이 넓고 좋았다. 눈발은 날리지만 양이 많지 않고 바람도 기분 좋을 만큼 불었다.

그런데 내가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다리가 떨어지지를 않았다. 옆에서 뚜버기님이 "천천히 올라가도 그 시간 안에 갈 수 있으니 천천히 걸으세요." 하며 쌩 지나갔다. 나는 헉헉거리다 마지막 후미와 함께 가게 되었다.

못 걷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어제 몸에 한기를 느꼈었다. 산행전날은 푹 쉬어야 하는데 몸에 들어온 한기를 운동으로 없애려고 언덕 달리기를 했던 것이 다리의 근육을 힘들게 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다리가 아프지는 않은데 아마도 근육에 문제가 생긴 듯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소백산의 해무리

헉헉거리며 제1연화봉을 지나 비로봉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해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아니, 비행기에서 바라보듯 정말 멋진 해무리가 붉은색 띠를 형성하고 넋을 잃게 했다.

“우아, 소백산은 언제 와도 배신하지 않는다니까..”

등뒤에서 후미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말을 듣고, 사람들이 느낀 소백산의 풍광은 놀라우리만큼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소백산상고대


비로봉에 오르기 전 산장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고 산을 오르며 좌우의 풍경을 보며 놀랍게 아름답지만 손가락이 시려서 꺼낼 수가 없었다.

누가 말려도 사진 찍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나로서도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아서 꺼내기를 주저하면서도 멋진 풍경을 보면 주변에 눈치라도 보듯 손을 꺼내 사진을 찍고 얼른 장갑 속에 손을 넣었다.

비로봉을 지나 국망봉 쪽으로 가는 길 소백산의 칼바람은 내 몸을 가누기 힘들게 했다. 무엇보다도 눈동자가 얼어버린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뜨면 얼었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다.

소백산


철다리를 다 내려와 눈이 너무 많이 내린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다 미끄러지면서 스틱을 눌렀다. 스틱에서 뚝소리가 나더니 이내 스틱은 힘을 못 받아 접어서 가방에 넣고 스틱 없이 조심히 내려가야 했다. 이쯤에서 다리는 다 풀린 것 같은데 한쪽만 가져간 스틱도 부러지고 발바닥이 아파서 봤더니 아이넨의 체인이 하나 빠져나와있다. 오늘은 날씨는 좋은 편인데 몸과 도구가 받쳐주지 못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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