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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길은 또 다른 인생

늦은 목이~선달산~ 도래기재(남진)

by 해윤이

오랜만에 아침산행을 하게 되어 차에서 내리면 단체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런데 차에서 내려보니 눈이 너무 많아 사진 찍는 것도 잊고 허둥대며 산으로 올라갔다.

입구에서 희야가 먼저 올라가려고 하다 눈이 무릎 위로 올라와 깜짝 놀라고 도로 내려왔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계단을 올라가는 길은 눈이 많아서 조심스러웠다. 산으로 올라가서는 길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지난밤 등산화와 스피치를 짧은 것을 준비했다. 경북 봉화군눈을 검색했더니 31cm이 왔다고 해서 등산화와 스피치를 긴 것으로 준비했는데 짧은 것을 준비해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백두팀장도 이곳이 이렇게 눈이 많을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하얀 눈이 내린 산속 아무 발자국도 보이지 않는 길을 선두대장은 GPS를 이용해서 찾아간다. 선두대장은 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산행을 하는데 오늘은 스틱 없이는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스틱으로 앞에 눈이 얼마큼 쌓였는지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3분의 1쯤 갔을 때 선두대장은 춥고 눈에 그을려 얼굴이 검게 보였는데 뒤를 돌아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뒤에 있던 남자대원들이 몇 명 앞으로 갔다. 키가 180이 넘는 대원이 길을 찾아가 눈이 허벅지까지 찬다고 했다. 키가 작은 대원은 눈이 목까지 찬다고 했다. 뒤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했지만 백두대간길을 알리는 리본도 보이지 않아서 힘든 길을 찾아서 올라갔다.



500년된 철쭉나무

앞에 가던 대원들이 웅성거렸다. 500m, 50m라고 이야기를 하며 두 갈래 길로 갈라져 인원이 움직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50m만가면 500년 된 철쭉나무가 있다는 푯말이 있었다. 이산에 언제 또 오겠냐며 그 나무를 보러 가는 사람도 있고, 힘들어서 그냥 간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 철쭉나무를 보고 사진도 찍고 돌아서 갔다.


어느 길도 눈이 덜 쌓인 길은 없었다. 대간거리 12.5km를 걸을 때 아이젠에 스노볼이 안 생길 만큼의 추위로 8시간 동안 눈길을 걸렸다. 발이 미끄러지려는 것을 바로잡기를 수십 번 해서일까 허리가 아플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접속기간은 뛰다시피 3.5km를 내려갔다. 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대원들은 경험이 많은 산꾼에게 물어봤다. 이렇게 눈이 많은 산을 걸어봤냐고.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눈이 많은 산은 처음이었다. 혼자였으면 산행을 안 하고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날 산행에 참석하지 않은 몇 명이 있었다. 우린 입을 모아 그들이 안오길 잘했다고 말하며 다음 산행에 또 눈이 많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다음 산행에는 눈이 조금 적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정한 산행은 첫째, 셋째 토요일 진행하는데 42회 중 37회 진행하면서 날씨가 좋은 날이 별로 없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험한 황철봉에서 공룡능선을 거쳐 한계령으로 내려오는 29km의 강행군인 산행이었고, 남덕유산은 체감온도가 영하 27도 정도 되어 몸에 동상이 걸릴 정도였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에는 밤부터 다음날까지 비를 맞으며 걷기도 수없이 많은 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황철봉과 남덕유산은 또 가고 싶어진다. 남덕유산의 눈보라를 맞아보고 싶은 생각은 무엇일까? 황철봉에 갔다 온 다음날은 체중을 재봤는데 골격근이 7kg이나 늘었었다. 그런데도 그산에 가고 싶다. 이번 눈길은 또는 걷고 싶지 않은 길이었다.



백두대간을 걸으며 대간길이 인생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에게나 편차가 있겠지만 그 길은 너무 힘들고 너무 아름답다. 비 온 후 자욱한 안갯속에 모습을 보여주던 나무들과 풍경들,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들, 수정처럼 빛나던 얼음조각들, 바닷속 산호숲을 연상케 했던 어두운 밤의 상고대 이 모든 것이 힘든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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