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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첫 거래

덤벨을 구입

by 해윤이

집에 3kg짜리 덤벨이 한 개 있다.

그것을 가지고 팔 운동을 하며 잘 지냈는데 헬스장에서 배웠던 생각을 하며 어느 날부터 두 개를 가지고 팔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당근에 많이 나온다며 당근어플을 깔고 찾아보라고 했다. 당근에 물건을 거래해보지 않아서 낯설었다.

덤벨 3kg이라고 쳤는데 그날 3kg짜리 덤벨이 두 개가 올라왔다.

한 개는 하늘색 네오프렌 아령과 강철무게조절 덤벨 두 가지가 나와있는데 가격은 5,000원이었다.

집에 있는 것이 강철이어서 강철로 된 것을 구매하기로 했다.

'상대가 누구일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구매합니다.'

'안녕하세요?

내일 오후 저녁 거래 괜찮으세요?

오늘도 괜찮으시면 상관은 없습니다.'

나는 여자일까 남자일까 궁금했다.

'몇 시요?

4시쯤 괜찮아요.'

'앗 그런데 제가 일정이 있어서~'

그러면서 상대편은 입금을 먼저 해달라고 했다.

입금을 해줬더니

'1층 무인택배함에 넣어 놓으면 내일 찾아가면 어때요. 비밀번호도 없고 편해요.'

그래서 그러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다음날 문자가 왔다.

깜빡 잊고 물건을 택배함에 못 넣어 두었다고 그래서 저녁에 받기로 했다.

약속시간 10분 전에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날 눈이 많이 내렸다.

경비실이 아파트가 둘러싸인 가운데 있었다. 경비실 주변에 쓰레기 분리 수거하는 곳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갔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현관 앞까지 쌓인 눈을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 경비실을 보았더니 경비 한분이 앉아있고 경비실 문밖에 빗자루와 눈 치우는 도구들이 있었다. 그곳에 살지 않는 나도 눈을 쓸어주고 싶은데 아파트주민 어느 누구 하나 눈을 쓸려고 하지 않았다. 아파트 현관입구로 들어갈 때도 미끄러워서 조심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의 아파트 길에 눈을 쓰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관리비를 내서 이기적인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자가 또 왔다.

7시까지 오려고 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차가 밀려서 10분 정도 늦게 도착한다고 그러면서 5,000원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괜찮으니 천천히 오라고 했다.

내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통통하고 예쁜 아가씨였다. 혹시 더 필요한 것은 없어요. 하고 물어봐서 없다고 했더니 집으로 들어가더니 덤벨과 AB슬라이드를 들고 나왔다. 집에 와서 보았는데 AB슬라이드설명서와 긴 문자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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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벨의 첫 번째 주인이 5,000원을 돌려주겠다고 했을 때 당근에 팔지 않고 분리수거함에 넣으면 될 것을 왜 복잡하게 판매를 하려고 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물건을 받고 집에 와서 문자를 확인하고 자기의 소중했던 물건이 누군가에게도 소중하게 쓰였으면 하는 마음이 담긴 거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근은 물건만의 교환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의 교환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나바다의 형태로 물건의 순환경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덤벨

아마도 예쁜 아가씨가 운동을 하려고 운동기구를 준비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 와서 덤벨을 물로 씻었더니 녹슨 자국이 없어지고 새 덤벨 같았다.

나는 덤벨을 잡을 때마다 덤벨의 첫 번째 주인이 생각나서 두 번째 주인인 나는 세 번째 주인에게 줄 때쯤에는 팔이 튼튼해 지길 바라며 꾸준히 운동을 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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