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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에 시작한 운동

등산이야기

by 해윤이

얼마 전 미국에서 15년을 살다 들어온 50대 후반의 후배가 많이 늙고 지쳐 보였다.

그 후배는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와 한국에서 노후를 지내기 위해 들어왔다고 하는데 미국에서 일에 지쳐서 그런지 많이 힘들어 보였다.

"언니, 요즘 어떤 운동을 하세요?

"요즘 나는 마라톤도 하고, 백두대간도 다녀."

라고 대답을 했다. 그 후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운동을 하는 이야기를 더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후배와 만났을 때 후배의 남편이 지금 우리 나이에도 그런 운동이 가능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내가 60세에 운동을 시작했다고 하면 조금 젊은 사람들은 그럼 그때 까지는 안 해도 되겠네 하는 사람들도 있다.

60이 되면서 아이들도 많이 자랐고, 양가어른들도 멀리 떠나셔서 이젠 나를 위해 살아도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등산이었다. 산악회에 가입해 혼자서 태백산을 처음 갔다. 마을 뒷산은 자주산책을 했었기에 올라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내려가는데 무릎이 흔들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 정말 천천히 절절매며 걸어 내려왔다.

그 후 마을뒷산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연습을 매일 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와서 등산을 못 가게 되었다. 등산이 학고 싶어서 숲길등산지도사 자격증을 따는 곳에 찾아가서 교육을 받았다. 이론교육도 줌으로 하면서 산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교육을 받았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사귄 분들과 가까운 산을 산행하면서 내려올 때 얼마큼 걸으면 무릎이 안 아픈가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부터 지리산둘레길을 1년을 하면서 백두대간을 했던 분들을 만나고 백두대간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래서 지금 2년째 백두대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마라톤선배의 강의를 함께 들은 60대 후배가 지금 나이에 달리기와 등산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을 또 받았다.

오늘 강의 첫 번째 이야기가 매의 이야기였다. 매가 그냥 죽을 것이냐, 아니면 죽을힘을 다해서 높은 산으로 날아가 바위에 부리를 깨뜨리고 새부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 새부리로 뻣뻣한 날개를 뽑아내고 새털이 나와서 단단한 깃털이 되면 더높이 더 멀리 나르며 30년을 더 산다는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매도 용기가 필요하듯, 우리도 용기만 있으면 할 수 있어.라고 대답해 줬다. 많은 사람들이 산에 가면 무릎이 망가진다고 하는데 욕심이 앞서기 때문에 무릎이 망가지는 것 같다. 그리고 해보지도 않고 무릎이 망가진다고 한다.

누구나 나이와 상관없이 하겠다는 용기만 있다면 각자에게 맞는 코스로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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