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마지막 코스는 선두에서 여유롭게 걷고 싶어 가벼운 등산화를 골랐다. 그런데 설악산은 돌이 많지 하는 생각에 조금 등산화 바닥이 단단한 것으로 골랐다. 그러면서 도 의심이 가서 팀장님께 문자를 했다. 길이 어떻냐고, '너덜지대도 있어요. 잘 준비하세요.' 이렇게 답장이 와서 발목이 높은 등산화로 바꿨다. 이렇게 준비하고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차창으로 바람이 세게 부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비탐구역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감시를 피하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발을 내리는 순간 태풍보다 더 센 바람이 이상한 썩은 냄새를 동반하고 불어왔다. 발을 땅에 딛어도 다리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100m쯤 걸었을 때 선두가 멈추었다. 선글라스가 날아갔다고 했다. 그러나 그 센바람에서 어떻게 선글라스를 찾겠냐고 그냥 올라가자고 했다. 그러고 얼마 후 우리 대원중 몸이 육중한 사람이 앞으로 쓰러졌다. 불안하고 무서웠다.
1Km쯤 산으로 올라갔을 때 바람은 차츰 위로 올라가 소리만 요란하게 낼뿐 몸에는 무리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는데 내 뒤에 내 짝이 올라오고 앞뒤로 아무도 없었다. 주위는 깜깜하고 앞에서 희미한 해드랜턴빛이 가끔 보일뿐 그러나 혼자서 빨리 갈 수가 없다 뒤에 아무도 없는데 여자 한 명을 남겨놓고 선두를 따라가는 것도 산행을 하는 사람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서두르던 마음을 내려놓고 둘이 걷기 시작했다. 바람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몸을 가누기 힘들게 하기 시작했다.
앞에 선두에 가던 팀장님이 서있었다.
"너덜길이에요. 길이 안 보여요. 부지런히 따라오세요." 한다.
내 짝은 더덜길이 처음이다. 너덜길만 나오면 무섭다고 빠지더니 오늘 마지막 산행이라고 따라왔는데 너덜길이야기를 하니까 무섭다고 소리친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상봉에서 사진을 찍고, 저 앞에 보이는 신선봉에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가다 우리는 너덜길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다. 큰 바위들을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두 바퀴를 돌아서 후미가 오면서 길을 찾았다. 길을 찾아올라 가니 이번에는 밧줄을 타고 바위를 내려가야 하는 길, 백두대간 마지막구간은 정말 난코스다.
신선봉에 도착했을 때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자칫 잘못하면 아마도 몸이 어디로 날아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 곳에 플래카드를 꺼내 펼쳐 들고 즐겁게 소리치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너덜길을 걷고 병풍바위를 보고 백두대간 마지막 봉우리인 마산봉에서 사진을 찍으며 예전에 이곳에 올라왔던 생각이 났다. 마산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길이어서 힘들었던 생각이 났다. 저 멀리 페허가 되어버린 알프스 스키장의 모습을 보면서 백두대간 마지막구간을 무사히 완주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