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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하객

아들결혼식 2

by 해윤이

아들결혼식이 오후 3시였는데,

내가 국회사랑재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30분이었다.

청아한 날씨에 햇살도 눈부시게 반짝였다.

주변에 곱게 물든 단풍이 한층 더 아름답게 보인다.

계단으로 올라가니 구절초꽃이 활짝 피어 향기를 날리고 꽃길을 따라 아들과 며느리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하늘에서 그 무엇이라도 찾듯 두리번거렸다.


결혼식장을 꾸미고 있는 분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축의금을 받아주겠다는 조카들이 도착해 잠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언제 왔는지 아들과 며느리가 사랑재 앞에서 웨딩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랑재에서 위딩사진 찍는 모습

며느리가 키우던 유기견강아지 ‘루루’도 하얀 리본을 매달고 주인의 웨딩사진 찍는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결혼식 10일 전에 종아리 근육파열이 있었기 때문에 한쪽다리가 부자연스러웠다.

다리가 불편해서 굽이 낮은 구두를 새로 샀는데 살 때는 발에 딱 맞았는데 발에 땀이 없어서인지 자꾸만 벗겨져서 불편했다. 무엇보다도 바닥에 작은 돌이 깔려있어서 구두 신고 이동하기가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객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하객으로 친형제 자매와 형제자매의 직계만 부르고, 친구는 아들이 태어나서 30년 기간 중 짧게라도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 친구들만 부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최소 30년에서 60년의 친분이 있는 오랫동안 서로 안부를 묻고 지냈던 초등학교 친구부터 직장까지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던 분들만 모시게 되었다. 아들을 기억하고, 아들의 추억 속에 어른들 중 정말 축복해 줄 사람만 불렀던 것 같다. 아들도

“누구시다.”

하면 알아보고 인사하며 서로 안아줄 정도의 친분이 있는 친구들이었다. 아들과 각별한 추억이 있는 친구의 자녀들도 와서 축하해 줬다.

아들이 일찍 결혼해서인지 아들친구들이 하객으로 정말 많이 왔다. 아들친구들도 오랫동안 집에 놀러 오던 친구들과 자주 인사하던 친구들이 많아서 낯설지 않아 좋았다.

결혼전날 제자 한 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형 결혼해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ㅇㅇ이 한테는 열락하시고, 왜 저한테는 연락을 안 하셨어요. 저 너무 섭섭해요.

한다.

남편과 나는 학부모들은 각별한 사이어도 아들결혼식에는 초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마을에 살며 성당도 함께 다니고 두 집이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던 자매의 아이를 가르쳤는데 그 자매가 학부모여서 안 부르면 기분 나빠할 것 같아 고민하다가 그 자매에게는 연락을 했는데 그 자매의 아들이 그 제자에게 이야기를 했다며 다른 친구의 부모님께는 왜 연락을 안 했냐고 해서 내가 학부모님께 까지 청첩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더니,

"그건 그러네요."

하며 내일 결혼식에 가고 싶다며 본인한테는 청첩장을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줬더니 여자친구와 같이 찾아온 제자도 있고, 마을에 같이 살며 함께 커오던 제자가 오빠(아들) 결혼식 본다고 찾아온 제자도 있어 흐뭇했다.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은 결혼식 같다는 생각보다 축제 같았다.

찾아오는 하객이 정말 친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자주 만난 듯 반갑고 하객끼리도 서로 소통하며 인사를 하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무엇보다도 신부의 드레스가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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