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상하리만큼 김장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무슨 증상일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알 수 없는 일이다.
3주 전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고, 아들결혼식이 있었고 ‘너무 큰일들이 많아서일까 김장정도는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되었나, 아니면 내가 숙련해져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한다.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고 오른쪽은 허리부터 무릎까지 아프다. 어떤 때는 초기증상으로 돌아간 듯 무릎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러다 언제 아팠느냐는 식으로 멀쩡해져서 엄살부리던 나도 깜짝 놀라게 한다.
지난 토요일 둘레길 갔다 온 남편이
“누구는 김장을 나눠서 한다는데 우리도 그렇게 하면 쉽지 않을까? “
라고 말해서
“그런데 한실림은 김장재료를 한날 팔기 때문에 우리는 한날 하는 거야. 그리고 그 사람들은 집애서 노는 사람들이니까 아무 때나 재료 사다 담그면 되지만 우린 수업 끝나고 하던지 아니면 수업하기 전에 해야 하는데 불편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재료도 골라야 하고 수업하는 날은 집중해서 가르칠 수없어. “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 남편은,
“ 이번에도 김장 밤에 할 거지?”
라고 해서,
“아니, 이번엔 저녁에 절여서 토요일 아침에 할 거야,”
했더니 남편이
“이번에도 아침에 절여서 밤에 하자. 그리고 마라톤클럽모임에 같이 가자.”
그래서 그러기로 했다.
요즘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 수가 적어져서 마음만 먹으면 일찍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장하는 날,
금요일 아침에 한살림에 가서 김장재료를 사다 부지런하 절였더니 오후 한 시였다. 수업 준비를 하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지난해보다 양을 많이 주무했는데 배추가 가볍고 폭이 덜 안아서 양이 얼마되지 않았다.
저녁때 남편은 쪽파를 깐다고 했다. 나는 그 옆에 앉아서 함께 깠다. 쪽파를 까는 것은 허리가 정말 아팠다. 그러면서 예전에 할머니들이 오랜 시간 앉아서 쪽파를 까실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이야기하다 남편이 말했다.
“ 왜, 김장을 밤에 하려고 그래, 예전에는 학생 수가 많아서 밤에 했다고 치자 그런데 요즘은 학생수도 줄어서 여유로운데 밤에 자고 낮에 하지 왜 밤에 해서 피곤하게 해.”
나는 뭔 소린가 눈을 깜박거렸다
“자기가 밤에 하자고 했잖아”
했더니,
“내가 언제 그랬어.”
“마라톤클럽모임 간다고 새벽에 끝내고 가면서 차에서 자면 된다고 같이 가지고 했잖아.”
했더니 남편은 내가 언제 그랬느냐며 생판 잡아떼듯 한다.
벽창호 같다.
“자기가 마라톤모임 간다고 해서 낮에 할걸 지금 절였잖아.”
했더니 남편은
“ 나 거기 안가”
“왜, 같이 가자며.”
했더니 남편은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말하기를 그만뒀다.
저녁부터 조금씩 재료들을 메모하며 배추 속 양념이며 김치통들을 점검하다 배추절인 것을 봤는데 절인물이 배추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 큰일 났다.‘
나는 김장 배추 절이기를 35년째 하고 있다.
신혼 때 배추 한 폭을 사다 요리책을 보며 절였는데 자다 나와봐도 배추는 배추밭으로 도망치려는 듯 전혀 절여지지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남편회사 부서이전으로 진천에 내려가서 살 때 옆집 할머니가 일을 도와달라시며 차근차근 가르쳐주신 덕분애 나는 김장하는 것 중에 배추 절이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3년 전부터 김장비닐에 배추를 절이기 시작했는데 정말 잘 절여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비닐이 너무 커서 위로 배추를 쌓았더니 밑에서 물이 올라가지 않아 배추를 아래쪽으로 꾹꾹 눌러 넣어서 저리면서 시간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밤 1시에 하려던 것이 새벽 5시에 하게 되었는 데 배추를 씻어도 짭짤하다 못해 짜다고 느껴졌다.
절인 배추 물기를 빼는 동안 무 채를 썰고 양념을 넣어서 배추 속을 만들었다.
배추 속에 양념을 넣던 남편은 몇 개 하더니 허리가 아파서 못하겠다고 한다.
‘배추 절이고 씻는 것도 다리 아픈 내가 했는데 뭘 했다고 허리가 아플까 ‘ 하고 있는데 남편이
“용근(써브 3, 100회 이상한)이가 그러는데 마라톤을 빨리 뛰는 것은 아파도 빨리 뛰면 덜 힘들데,”
라고 해서
“그러니까 허리 아파도 참고 빨리 속 넣어요. 백두대간에서도 선두로 가면 7시간 후미로 가면 10시간 누가 더 힘들겠어. 선두는 내려가서 술 마시는데 후미는 땀 뻘뻘 흘리며 “힘들다,” “힘들어.” 하면서 내려가면 더 힘들고 지치지 “
이렇게 마라톤과 백두대간에 비유하며 배추 속을 넣다 나는 백두대간에서 남들이 힘들다는 야간등산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지, 아침이 오면서 시아에 보이는 것이 많아지면 산행도 힘들어진다고 했더니 남편은
“볼 것이 많은데 왜 힘들어.”
“밤에는 걷는 것과 한정된 것만 보지만 낮에는 밤에 걸으며 소모한 에너지가 있는대 갑자기 모든 것이 들어오며 머리가 피곤하고 힘들어해, 김장도 밤에 속을 넣으면 속 넣는 것만 생각하지만 낮에는 어디 가고 싶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게 눈에 보이지만 밤엔 빨리하고 자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거든.”
결국은 남편이 뒷정리를 하기로 하고 내가 속을 다 넣기로 했다.
김장을 마치고 마무리하는데 아들한테서 오전 10시쯤 카톡이 사진 한 장과 왔다.
“김장 다하셨어요?
저도 김장행사 다녀왔어요. “
사진 속의 부지런한 봉사자들을 보면서 저분들이 있어서 추운 겨울이 좀 더 따뜻해진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도 잠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더니 다리가 더 아프고 순간 걸을 수가 없을 때도 생긴다 뒷정리는 남편이 해준다고 해서 고맙다고 하며 인수인계를 하고, 나는 올해 김장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