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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밥상

by 해윤이

우리나라 식사예절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봅니다.

과거 제가 어린 시절 집안에서 식사하던 어느 하루를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제가 시집갔을 때 시집에서의 밥상을 떠올려봅니다.

제가 어린 시절 저의 집은 아버지와 큰오빠가 같은 상에서 드시고, 그 옆에 어머니와 작은오빠, 남자조카와 제가 앉아 먹었고, 저의 올케언니와 저의 언니는 또 다른 상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식사 규칙이 있었습니다. 숟가락으로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 안 되고, 쩝쩝거리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으면 안 되고, 코를 훌쩍거리지 않고, 트림을 할 때까지 식사를 하면 안 되고, 반찬은 위에 있는 것부터 집어 먹고 뒤적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는 남녀차별이 심했던 때였다는 것이 확연하죠,


제가 결혼했을 때는 시기가 한참 지나서였는데 시가에서는 커다란 상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식사를 했습니다. 그때 식사 중 제가 불편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살아온 식사예절과 너무 다른 식사 풍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입에 들어갔던 숟가락으로 물김치를 한번 휘젓어 떠드시고 또 입안에서 침으로 깨끗이 씻어낸 숟가락으로 반찬을 모아 꾹꾹 누르시고, 시아버지께서 식사하시며 트림하시는데도 계속 드시며 트림을 하는 모습, 시누들이 젓가락으로 반찬을 뒤적거리며 먹는 모습, 이런 비위생적인 식사 습관 모습들이 식사하는 동안 매우 불편했습니다.


어느 집안이 식사를 잘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식사예절법은 존재합니다. 오랜 습관에 익숙해졌으면 그렇게 먹는 것이 가장 편하고 맛있게 먹는 방법입니다. 어른들 모임에서도 쩝쩝거리고 먹는 사람, 공유반찬을 뒤적거리는 사람, 우리 음식 문화에 문제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틀 안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을 때 어느 방법도 편안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결혼하면 며느리가 식사를 편안하게 할 수 있게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며느리와 겸상을 할 때 상을 어떻게 차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유난스러운 건가요.


저는 며느리가 온 날은 6인용 식탁을 1/2로 나눠서 같은 반찬을 두 개씩 담아서 똑같은 것을 양쪽에 차립니다. 그래서 아들과 며느리가 먹을 음식과 저와 남편이 먹을 음식을 따로 놓습니다. 그리고 찌개나 국물김치는 가운데 조그만 국자와 개인 접시를 놓아줍니다 먹고 싶은 사람은 덜어 먹을 수 있게요 이렇게 상을 차렸을 때 처음에는 아들이 왜 그렇게 놓냐고 물었는데 제가 이렇게 해야 며느리가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반찬은 추가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해 놓습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가정에서 식사 습관은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며느리의 밥상을 시어머니가 신경 쓰지 않으면 그 누구도 신경 써줄 사람이 없습니다. 며느리도 대접받을 귀한 우리 모두의 딸입니다. 식사할 때 대우받은 며느리는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될 것이고 나라를 바로 세울 자녀도 낳아 제대로 키울 것입니다. 그러나 대접받지 못한 며느리의 한은 고스란히 아들에게로 갈 것이고 아들이 힘들어하게 되어 가정불화가 생기고 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밖에 나가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되겠죠. 삶의 선순환과 악순환의 원인은 며느리의 밥상에서 시작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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