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들어온 첫 명절에 배운 것
저는 이번 명절을 다른 해와는 조금 다르게 보냈습니다.
지난가을 아들이 결혼을 했고, 며느리를 맞은 첫 명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80대 친언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며느리가 처음 들어왔으면 함께 요리도 하고 아침도 같이 먹은 뒤 친정에 보내야 하지 않니?”
잠시 생각하다가 찾아뵙기로 했던 친척 방문 이야기를 꺼냈더니 언니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도 우리 며느리들 명절에 일 시키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손님으로 찾아가는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요.
우리 시대의 명절과 지금의 명절은 분명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예전의 우리는 새벽부터 부엌에 서서
허리가 휘는 줄도 모르고 손님을 대접했습니다.
그날의 고단함마저 당연한 몫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부부들은
부부 중심, 가족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들은 외가에 모여 북적이던 명절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은 사람은 놀던 사람이었고,
상 차리던 사람에게 명절은 큰 스트레스였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집은 제사를 지내지 않은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시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남편이 말했습니다.
“이제 제사 지내지 말자.”
그렇게 하기로 해놓고도 저는 한동안 명절마다 제사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제기를 버리지 못해 거의 10년을 가지고 있다가
이사를 하며 나눔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떡국만 끓였습니다.
제사 음식은 단 한 가지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훨씬 가벼웠습니다.
며느리와 아들에게는 아침 식사 시간을 정해 오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음식은 제가 준비할 생각이었습니다.
제 딸에게도 음식 준비를 맡기면 힘들다고 할 것이 분명한데
며느리에게만 바라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덕담을 나눈 뒤,
올 추석부터는 명절 행사를 따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명절이 아니라 긴 연휴라고 생각하자고요.
그래도 아쉬우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맛있는 것을 함께 먹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요.
아들 부부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식사 후 두 사람은 등산을 가겠다고 했고
저는 흔쾌히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저녁도 먹으러 오지 말고 푹 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랜만에
타이머를 맞춰 놓고 깊은 낮잠을 잤습니다.
명절이 끝난 뒤 깨달았습니다.
명절은 반드시 힘들어야 하는 날이 아니라는 것을,
가족은 꼭 같은 방식으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조금 내려놓았을 뿐인데
오히려 관계는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명절, 잘 쇠셨나요?
혹시 아직도 예전 방식 때문에
혼자 애쓰고 계시지는 않나요.
이제는 우리도
편안한 명절을 보내도 괜찮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