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클럽 시험날.
시험을 보기 위해 시니어클럽에 갔다.
1층은 조용했고, 벽면에는 2층으로 올라가라는 표시만 있었다.
2층도 마찬가지였다.
북적거리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두 개의 강의실은 면접 공간으로 사용 중이었고 문이 잠겨 있었다.
가끔 시험관이 목에 이름표를 달고 A4 종이를 보며
“○○ 씨.”
“잠시 기다리세요.”
하고 말했다.
그들은 그렇게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예약된 시간에 면접을 보는 방식이라 대기석은 많지 않았다.
복도에 놓인 긴 의자에는 열 명 남짓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옆자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순번이 되면 얼른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
내 옆에 앉은 일흔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말을 걸었다.
“저는 지난해도 했어요.
어르신 돌봄 서비스인데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어야 할 수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5년 동안 하반신 불구였던 시어머니를 모셨던 기억이 스쳤다.
그녀는 곧 면접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 차례는 오지 않았다.
큰 강의실은 ‘소비자피해지킴이’ 선발 실기시험 장소였다.
가끔 관리자가 나와 응시자들이 잘 대기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들어갔다.
앞에 앉은 두 남녀는 서로 아는 사이인 듯했다.
묵직한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것을 보니 노트북을 가져온 것 같았다.
나는 궁금했다.
‘무슨 시험을 치게 될까?’
그러다 문득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게 됐다.
검은 두꺼운 겨울 패딩을 입고
나름 여유 있게 기다리는 모습이
괜히 나를 주눅 들게 했다.
잠시 후 큰 강의실 문이 열리고
시험관이 내 이름을 불렀다.
강의실 안에는 책상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A4 용지가 한 장씩 나눠졌다.
지문을 읽으며
‘쉽게 시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젯밤 아들이 친구에게 빌려다 준 새 노트북이 문제였다.
시연은 해봤지만 내가 쓰던 버전과 달라 익숙하지 않았다.
기능이 손에 붙지 않아 또 버벅거렸다.
시험 내용은 간단했다.
작성자 정보, 판매사업자 기본 정보,
광고 이미지 캡처, 상품 상세 내용, 지원 동기 작성.
광고를 캡처하고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
문제지 2번을 선택해야 하는데
내가 1번 문제 지문을 읽고 작성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지문을 다시 읽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숨을 고르고 다시 지문을 읽었다.
어렵지 않았다.
천천히 수정하고 있는데
시험 감독관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시험은 정답을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빠른 순으로 합격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나는 또 밀리겠구나.’
그래도 끝까지 마무리해야 했다.
응시 동기까지 꼼꼼히 적고
답안을 제출한 뒤 노트북을 닫았다.
머릿속은
전쟁을 치른 사람처럼 멍했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돌려줘야 해서
시험 본 내용을 다시 열어 지우기 시작했다.
문제를 하나씩 확인하던 중
처음 지문을 잘못 읽고 작성했던 회사 이름을
끝내 수정하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그 순간 알았다.
늦게 풀어서가 아니라
오류로 떨어졌다는 걸.
그렇게
시니어클럽은
내게서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