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알바 사기 경험

by 해윤이

시니어클럽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는 일자리에 목말라 있었다.


돈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강제로 일을 못 하게 된 것에 대한 갈증이었다.


헬스를 하고 오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늘 바쁘게 사는 친구는 대뜸 말했다.


“친구야, 놀지 말고 당근에 알바 찾아봐.
당근마켓에 일자리 많아.”


“뭐? 당근마켓? 거긴 중고 물건 사고파는 곳 아니야?”


“중고 거래도 하지만 모임도 있고 일자리도 있어.”


그 말을 듣고 나도 당근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앱스토어에서 ‘당근’을 설치했다.


당근 메뉴에는 전체, 판매, 모임, 알바, 동네업체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나는 차근차근 당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말 안 듣는 어린애처럼 당근마켓에 빠져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찌나 많이 봤는지 눈이 침침해
안경을 써도 글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헬스장을 다녀오는 길에
친구의 말이 생각나 휴대폰을 켰다.


당근에 들어가 알바를 눌렀다.


영화 리뷰 알바가 눈에 들어왔다.

얼른 눌렀다.


곧 연락이 왔다.


최신 영화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면
2만 원을 준다는 일이었다.


“카톡은 개인적으로 사용하시니
라인이라는 앱을 설치하고 아이디를 알려 주세요.
진행 담당자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라인을 설치하고 담당자와 연락을 했다.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잠시 후
2만 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그리고 입금된 화면을 캡처해 보내 달라고 했다.


지문은 간단했다.


좋아하는 영화 다섯 개 중
하나를 고르는 객관식 문제 다섯 개였다.


답을 보내자
잘한다고 칭찬까지 했다.


나는 우쭐했다.


이 나이에도 당근에서 알바를 구해
힘들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쾌했다.


잠시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티켓 구매 미션이었다.


방안 1
결제 30,000원 / 수익 3,000원


방안 2
결제 88,000원 / 수익 17,600원


방안 3
결제 120,000원 / 수익 24,000원


그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2만 원을 보낸 것은
내가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내 돈을 빼가려는 것 같았다.


나는 답을 보냈다.


“지금 미션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쪽에서는 아무거나 선택하라며
지금 포기하면 포인트 8만 원을 잃는다고 했다.


나는 짧게 답했다.


포인트 포기합니다.”


그리고 라인을 지워버렸다.


그렇게 나는
당근에서 2만 원을 벌었다.


집에 오는 길에
잘못하면 통장 돈을 다 털릴 뻔했던 일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당근 알바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날은
부동산에서 블로그 글을 쓰는 알바를 찾았다.


연락된 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찾아간 곳은
생각보다 큰 사무실이었다.


안에는 커다란 지도도 붙어 있었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 두 명이 나왔다.


업무는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이었다.


나는 말했다.


“제 블로그는 수익화 블로그라서
그건 안 됩니다.”


여자 중 한 명이 이력서를 보더니 물었다.


“은행을 오래 다니셨네요.
어느 은행이세요?”


나는 은행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한 사람의 이름을 꺼냈다.


“○○○ 씨 아세요?”


나는 그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


“알죠.”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그분이 제 숙부입니다.”


나는 바로 물었다.


“어디 사세요?”


그러면서 아는 척을 좀 했다.


그랬더니
아까까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나를 더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당근 알바를 보던 어느 날
산모도우미 일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자격증이 없어도 되고
나이도 상관없다고 했다.


나는 지원했다.


잠시 후 문자가 왔다.


자격증이 없다고 하자

해피케어라는 교육센터에서 교육을 이수하라는 안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을 만났다.


그중 한 명이 말했다.


“며느리가 곧 아기를 낳을 것 같은데
산모도우미 공부를 해 놓을 걸 그랬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들도 결혼한다고 했지.'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강하게 밀려왔다.


다음 날
나는 해피케어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는 12월 1일,
교육센터를 찾아가 교육을 신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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