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고 잘 자고 안 싸고 싶다
예민한 건 엄마 닮았구나
빠르면 100일에 통잠을 자는 아기도 있고, 돌이 지나면서 서서히 통잠을 자는 아기도 있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아기는 두 돌이 되도록 통잠을 잔 적이 별로 없다. 며칠 잘자나 싶다가도 금세 새벽에 한두 번씩은 깨곤 한다. 그냥 일어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깰 때면 나는 자다가 화들짝 놀라서 심장이 벌렁거린다. 잠시 토닥여주면 다시 스르르 잠에 들 때도 있지만 물이나 우유를 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는 날도 더러 있다.
왜 이렇게 잠을 푹 못 잘까 고민해 봤다.
처음에는 아기가 매일 먹고 있던 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약 설명서에 부작용 중 하나로 불면증이 적혀있었고 약을 먹어서 그런가 보다 하며 안쓰럽게 여겼다. 그런데 약을 끊고도 별다른 점은 없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도(?) 부작용은 아니었다.
그다음엔 애증의 공갈젖꼭지(쪽쪽이) 탓으로 생각했다. 쪽쪽이를 물면 잘 자는 아기였고 이를 달리 말하면 쪽쪽이가 빠지면 깨는 아기였다. 그래도 자다 깨서 스스로 다시 물고 잤기 때문에 그 편리함에 빠져서 부모가 쪽쪽이 끊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대신 말이 통할 때 끊었더니 하루 만에 쪽쪽이와 손쉽게 이별할 수 있었다. 다만 쪽쪽이를 끊고 두 달이 되어가도록 기대했던 통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인터넷에 잠 못 자는 아기에 대해 검색해서 정말 다양한 사례들을 읽어봤다. 5살이 되도록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고 통잠을 위해 철분제나 한약을 먹는 경우도 많았다. 정말 잘 자는 아기도 있는 반면에 정말 못 자는 아기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그냥 엄마 닮아서 예민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새벽에 기저귀가 축축해서 깼나 싶어서 기저귀를 갈고 나면 괜히 화장실을 가게 된다. 임신, 육아를 하면서 나쁜 습관이 새로 생겼는 데 바로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이다. 막달에는 배가 불러 방광을 눌러서 화장실을 자주 갔었고, 육아를 하면서도 짬이 날 때 화장실을 갔다 오는 게 좋기 때문에 점점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심리적으로 예민해서 나타나는 버릇인 것 같다. 고쳐야지 다짐하면서도 고치기가 어렵다.
엄마도 잠귀가 밝아서 자주 깨고 새벽마다 화장실도 가느라 푹 자는 게 어려운데 엄마 닮은 아기는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밤에 물이나 우유를 먹으면 배도 부르고 기저귀도 부풀어서 숙면에 방해가 되니 쪽쪽이 끊듯이 큰맘 먹고 끊어야겠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참 중요한데 이제 밤에는 먹고 싸는 걸 그만하고 자는 것만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