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는 서점에 가서 책보는 것을 좋아했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야지’라는 생각은 언제나 막연한 미래의 일이었다.
삶은 늘 바쁘게 흘러갔고, 글쓰기는 내 우선순위에 있지 않았다.
그러다 부모님의 투병과 이별을 겪으면서 글쓰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두 분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감정이 바래지기 전에, 내가 겪은 슬픔과 회복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것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부모님을 기억하는 가장 간절한 방식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 글 사이에서 나의 개인적인 기록은 금세 묻혀버렸다.
조회수 없는 공감 하트만 올라가고, 글에 담긴 슬픔과 진심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라는 형식적인 댓글 속에 사라졌다.
그때 나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블로그에서 브런치로 옮겨 부모님의 이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책을 내겠다는 거창한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너무도 그리운 그 마음을 그저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읽어주고, 부모님의 존재를 함께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작은 바람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글은 나 혼자만의 고백이 아니었다.
“저도 엄마가 치매 초기였어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가님,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저도 양친 부모님 암과 치매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낸적이 있어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셨을지 공감이 됩니다.”
"잘 견뎌내줘서 고마워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ㅠ 뭐라 위로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짧은 댓글 몇 줄이었지만, 그 말들은 내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주었다.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위로가 되었고, 동시에 나에게는 그들의 공감이 삶을 버틸 힘이 되어 돌아왔다.
글이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브런치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글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다른 이들의 글에서 위로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글은 단순히 한 사람의 기록을 넘어, 또 다른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어 살아 숨 쉰다.
누군가의 글이 내 상처를 덮어주었듯, 나의 글도 다른 이의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워주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꿈은 단순하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되는 것. 힘든 시간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말을 글로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고 싶다. 책 속의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와 직접 만나고, 그 만남 속에서 내 경험이 누군가의 어둠을 조금이라도 밝히는 순간을 꿈꾼다.
브런치에서 시작한 작은 기록이 언젠가는 누군가의 삶을 위로하는 문학이 되기를. 그것이 내가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