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내 책을 읽은 초등학교 찐친들이 갑자기 떡볶이 번개 모임을 제안해왔다.
책 출간을 축하도 할 겸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는 약속이었다. 장소는 우리가 어릴 적 살던 동네의 오래된 즉석 떡볶이집. 드레스 코드는 어릴 때처럼 집 앞에 잠깐 나갈 때 입던 것처럼 동네 트레이닝복 패션이었다.
몇 년 후면 반백 살이 될 우리들이지만, 그 제안이 어찌나 반갑던지 나는 기꺼이 응했다.
떡볶이로 시작한 1차는 자연스럽게 2차로 이어졌다. 결혼 전인 20대 시절 우리들의 아지트였던 오래된 호프집.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신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랜만에 다시 어린 시절로, 그리고 결혼 전의 20대로 돌아갔다.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우리들.
나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은 책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만나면 안아주고 싶었어”라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떡볶이를 먹다 말고 또 다른 한 친구가 물었다.
“너,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릴 적의 나도 좋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더 좋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몸도 약했고,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지금보다 훨씬 소심했다. 작은 일에 상처받았고, 마음 아파하는 날이 많았다. 근심과 걱정도 유난히도 많았다. 뭐든 미리 걱정하고 고민하고 늘 불안했다. 힘들어도 잘 참았고 속에 담아둔게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의 나에게 참 미안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가 뭐 그렇게 모든 걸 다 끌어안고 어른처럼 살았을까 싶다.
지금은 다는 아니지만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미안하면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알고, 감사하면 감사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려고 스트레스 받았던 그 시절의 나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열심히 노력하고 안되는건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지금이 좋다.
지금의 내가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그때의 나보다 조금은 더 성숙해졌고 조금은 더 단단해진 지금의 내가 좋다.
김미경 강사님의 어떤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여자의 나이 40대가 인생에서 가장 똑똑한 시기라는 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다 보면 그만큼 단단해지고 지혜로워지는 시기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땐 그저 흘려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꼭 맞는 말이었다.
시간은 참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그렇지만 그만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이 남아있다.
10년, 20년후의 내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렇게 나는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리치그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