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르의 아침, 그리고 휠드라.

by 릴리안

전날 머문 곳은 송네피오르에 자리한 레이캉에르 피오르 호텔이었다.

이른 아침, 호텔 앞을 천천히 걷다가 하늘과 호수가 맞닿은 풍경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전날 페리 위에서 본 피오르가 화려하고 장엄했다면,

이곳의 아침은 조용하고 다정했다.

풍경이 나를 압도하기보다, 곁으로 다가와 앉는 느낌이었다.


물안개가 얇게 깔린 호수는 푸른빛으로 잔잔히 흔들렸고,

느리게 흐르는 구름은 긴 여정의 피로를 말없이 덜어주었다.

그 순간, 이유도 없이 눈물이 고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릴 때가 있다.


단아한 이층 호텔의 지붕 위에는 작은 바이킹 배가 놓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일행 중 한 여성이 자신이 묵은 방을 보여주었다.

방갈로 형태의 그 객실은 정원과 호수를 함께 품고 있었고,

창 너머의 풍경은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고요했다.


남의 방이라는 걸 알면서도, 거울에 비친 장면까지 사진으로 남겼다.

그날의 공간과 풍경은 북유럽 특유의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오래 남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다시 그 아침 산책길로 돌아가고 싶다.


플롬에 도착하자 공기가 먼저 달라진다.

숲의 맑은 향과 피오르의 짠내가 섞여, 숨이 한결 가벼워진다.


역 주변에는 작은 상점과 카페들이 모여 있고,

그 뒤로는 높은 산이 둘러서 있다.

거대한 자연 속에 조용히 안긴 듯한 느낌이 든다.


산악열차는 짙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단단하고 절제된 북유럽의 인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넓은 창문 너머로 풍경이 끊임없이 흘러간다.


열차는 플롬을 떠나 미르달을 향해 천천히 고도를 높인다.


차창에 물기가 맺히고, 이내 폭포 소리가 가까워진다.

코스포센 폭포에 도착한 것이다.


열차가 멈추자 사람들은 하나둘 밖으로 내려선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부서지며

작은 물방울이 되어 얼굴과 옷 위로 흩어진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젖어든다.


그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자 흰 옷을 입은 여인이 보인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숲과 산장을 넘나들며 노래한다.

휠드라—사람을 홀린다는 숲의 존재.


나는 까치발을 들고 그 모습을 쫓는다.

그녀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볍게 사라졌다 나타난다.


바다에 인어가 있다면,

이 숲에는 휠드라가 있다.


초록색 산악열차는 장난감처럼 작고 정교해 보인다.

나는 열차 문에 기대어 사진을 남긴다.


이 철도가 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선 중 하나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