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징그러운 열쇠

by 릴리안

열세 시간의 비행 끝에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이 크지 않아 일행은 공항 한쪽 구석에 모여있었다. 일행이 많아 다 모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거의 다 모였을 무렵 우리말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와 같은 팀인 여행객 중 소프라노 소리와 낮은 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불협화음이 되어 들려왔다. 아! 불길한 징조다. 여럿이 여행하는데 여행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팀이 있다니….. 이 가족은 나와 특별한 연이 닿아 여행 내내 서먹하게 지냈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버스를 타고 호텔에 도착해서도 이 불길함은 계속되었다. 북유럽은 해가 길어 밤 9시인데도 환했다. 낮으막한 시골 호텔은 로비에서부터 넘치는 여행객으로 꽉 찼다.

엘리베이터가 없이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한꺼번에 도착한 여행객 때문에 쉽게 이층으로 오를 수가 없었다. 나보다 큰 트렁크를 이층 계단으로 올리며 나 혼자 온 것을 후회했다. 아니다. 둘이 같이 왔어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호텔계단은 내가 트렁크를 올려야만 한다.

가까스로 내게 배정된 방 번호 앞에 오자 이번엔 옛날식의 키가 문을 열지 못한다. 이리저리 돌리고 힘을 써도 방문은 전혀 꿈쩍도 안 한다. 옆방의 여행객에게 도움을 청해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가이드에게 방을 바꿔 달라고 해 간신히 짐을 풀 수 있었다. 옮기는 호텔마다 키로 문을 못 열어 한두 번 곤란을 당한 게 아니다. 오래된 시골호텔이니 당연한 걸까? 예전 말로 하면 쇳대로 힘들게 문을 열면서 우리나라 스마트키나 전자키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여긴 최첨단의 북유럽 아닌가? 아무리 북유럽이라도 시골호텔은 문명의 이기를 비껴가나 보다.


혼자 오니 좋은 것은 방을 나 혼자 쓴다는 것이다. 짐을 아무 데나 두어도, 어질러 놓아도 신경 쓸 사람이 없으니 쾌적하고 좋다. 장시간 비행으로 찌든 몸을 샤워하고 누우니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햇살이 사라진다. 온몸이 노곤해 저저로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아 내일 몇 시에 모인다고 했지? 내가 늦잠을 자도 옆에서 깨울 룸메이트가 없다. 알람을 맞춰 놓으면서 은근히 긴장되는 내 몸을 느낀다. 혼자라서 좋은 것도 많지만 역시 불편한 것도 많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