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비행기 타야 한다고요? 초보자 풀 복장 금지

오슬로, 그 푸른 문을 두드리며

by 릴리안

인천공항의 진풍경, k패키지의 습격


인천공항에 들어선 순간, 끝없이 이어진 인파의 행렬에 그만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집합시간 보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했건만, 수하물 카운터는 문도 열기 전부터 라인 밖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번 여행은 평소 직항이 없던 오슬로로 향하는 여름 한정 전세기 상품. n여행사에서 모집한 인원만도 족히 삼백 명은 넘어 보였다. 배웅 나온 아들은 “이래서 패키지여행이 무섭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서둘러 출근길에 올랐다.


비슷한 등산복 차림의 중년 여성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 있노라니 , 이곳이 국제공항인지 국내 산악회 모임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설마 북유럽까지 가서 한국사람들만 마주하다 오는 건 아니겠지?’


14시간의 비행, 준비된 자의 여유


오랜 기다림 끝에 신규 항공사인에어 프레미아에 몸을 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전히 온통 등산복 차림이다. 오슬로까지 14시간을 날아가 곧장 숙소로 향하는 일정임에도, 다들 당장 몽블랑이라도 등정할 기세로 배낭을 꽉 조여 매고 있었다.


나는 전략을 달리했다. 당장 잠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편안한 실내복에 기내의 한기를 막아줄 얇은 카디건을 걸쳤다. 여기에 장시간 비행의 피로를 덜어줄 양말과 슬리퍼까지 완벽히 구비했다. 유럽여행은 비행시간이 워낙 길어 , 차림새 하나가 여행의 컨디션을 좌우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기술

신규 항공사라 기내 엔터테인먼트가 다소 부족했지만 , 나에겐 나만의 ‘놀이 박스’가 있었다.


평소 아껴두었던 책 두권,

아이 패드에 담아 온 시리즈물,

그리고 요즘 푹 빠진 덱스가 출연하는 ‘솔로지옥’까지.

작년스페인 여행을 통해 터득한 ‘ 긴 비행시간 혼자서도 잘 노는 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옆좌석 승객들이 지루함에 몸부림치며 잠을 청할 때, 나는 책장을 넘기다 아이패드로 눈을 돌렸고, 몸이 찌뿌둥해질 때면 복도에서 가벼운 맨손체조로 경직된 근육을 깨웠다. 그렇게 나만의 리듬으로 14시간의 파도를 넘었다.


드디어 열린 북유럽의 문

마침내 오슬로 공항에 내려 첫 숨을 들이켰다. 선진국 특유의 정갈함과 청량한 싸이프러스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듯했다.

세계최고의 국민소득과 완벽한 사회보장을 자랑하는 북유럽 4국ㅡ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이곳은 긴 머리 휘날리는 북극 마녀와 따뜻한 미소의 백설공주가 공존하고, let it go를 외치던 얼음왕국의 엘사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신비로운 땅이다. 온갖 동화적 상상을 품은 채, 나는 드디어 북유럽의 푸른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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